[청년 기자] 숨겨진 이색 가성비 데이트 코스! ‘도쿄도청’ 2부 구내식당과 라이트쇼 편


( 1부 ‘전망대 편’에 이어)
출입명부를 모두 작성하면 기기 하단에서 큐알코드가 인쇄되어 나오는데, 그 종이를 들고 게이트 옆 직원에게 건네면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는 출입증을 받을 수 있다. 괜히 도쿄도청 직원이 된 기분도 내보면서 출입증을 옷에 달고 설레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왼쪽) 인쇄된 큐알코드 사진 (사진 출처: note<東京都庁の32階職員食堂で絶景リーズナブルランチを満喫してきた!>) / (오른쪽) 큐알코드 제출 후 받은 출입증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전망대를 볼 때까지만 해도 도청이라는 사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엘리베이터 벽면에 부착된 층별 안내를 보면서 다양한 부서가 실제로 위치해 있고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이라는 것이 실감되었다.


엘리베이터 벽면에 부착된 층별 소개를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구내식당에는 약 9가지 정도의 메뉴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되어있었고, 식권을 발급하여 해당 카운터에 전해주면 음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맛있어 보이는 메뉴가 다양하여 어떤 음식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 끝에 필자는 자루우동을 먹어 보기로 했다. 음식을 받으면 바로 뒤편에 물과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고 그 옆에는 원하는 대로 고명이나 반찬을 첨가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왼쪽) 우동을 받는 곳 / (오른쪽) 주문한 자루우동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자루우동을 들고 식사 자리로 이동하자 탁 트인 시티 뷰가 보이는 큰 창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분명 방금 전망대를 다녀왔는데 구내식당과 어우러지는 전망대의 모습은 또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해주었다. 필자는 창가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시원한 자루우동에 시원하게 트인 전망까지 함께하니 일본의 그 살벌한 무더위는 아예 생각도 나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먹거리는 물론 볼거리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비싼 가격을 부담하고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하는 게 부럽지 않을 정도로 커플끼리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오히려 이색 데이트 코스가 되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일반 커플로 보이는 젊은 방문객들이 많았고, 중고등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온 경우도 있었으며 필자처럼 가족 단위로 식사를 즐기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구내식당 창가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시원한 뷰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밖에서 점심을 먹으면 인당 1,000엔은 훌쩍 넘는 가격에 사방이 막힌 가게에서 식사를 해야 하지만, 도쿄도청 구내식당에서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메뉴를 고를 수 있고 신주쿠 뷰를 함께 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가성비 만점, 데이트 여행 스팟이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후, 식당 옆에 위치한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사서 2차 디저트 타임을 가졌다. 필자는 밥을 먹고 나면 꼭 카페에 가는 편인데, 한 곳에서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디저트 러버’들에게는 너무나도 안성맞춤일 것이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여러 가지 빵의 유혹을 참고 딱 두 가지만 골라 커피와 함께 다시 창가 자리로 돌아왔다. 분명 평범한 커피와 빵일 텐데, 근사한 뷰가 함께하니 먹는 것도 더 맛있게 느껴지고 여유로움도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종류의 메론빵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이렇게 디저트까지 알차게 즐겼으니, 다시 도쿄도청 로비로 내려가기로 했다. 올라올 때 이용했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하면 이번에는 게이트에 있는 투입구에 출입증을 넣어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예정에 없던 구내식당 투어였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만큼 재밌고 특색 있는 경험이었다.

이제는 정말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볼까 하고 건물 안을 걷던 중에 전시회처럼 꾸며진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두 개의 큰 인형이 놓여 있어서 다가가 보니, 도쿄올림픽 마스코트였던 ‘미라이토와’와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소메이티’였다.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인형의 모습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두 인형을 통해 알 수 있겠지만, 이곳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이었다. 물론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올림픽이나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감상할 만한 사진과 영상자료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지금은 올림픽과 관련된 전시였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전시 공간으로 꾸며질지 기대가 되어 정말 꼭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올림픽을 주제로 전시 공간이 꾸며져 있다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가볍게 전시회까지 살펴본 후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경거리로 끊이지 않는 도쿄도청을 아쉽게 뒤로 한 채, 도청 바로 앞에 위치하여 원래 가고자 했던 신주쿠중앙공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던 중에 우연히 벽에 붙은 광고지를 보게 되었는데, 저녁 7시쯤부터 도쿄도청 건물을 배경으로 라이트쇼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침 그 시간 이후로는 딱히 일정도 없어 저녁 식사 후에 다시 도쿄도청으로 돌아와서 이 라이트쇼를 관람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는지 길게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만장일치로 밤에 라이트쇼를 보러 오기로 했다. 일본에 와서 마쓰리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었는데, 그 대신 이 라이트쇼를 볼 수 있게 돼서 더욱 기쁘고 설렜다.


일본어 버전과 영어 버전으로 라이트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그렇게 라이트쇼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가득해, 신주쿠중앙공원은 대충 보고 갈까 했지만 너무나도 아름답게 조성이 잘 되어 있는 공원의 모습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게 되었다. 높게 우거진 나무들과 푸른 수풀 사이에 화사한 물감 한두 방울 떨어뜨리듯 피어 있는 꽃들의 조화가 너무나도 그림과 같았다. 가볍게 피크닉하기에도 좋은 분위기였다.


신주쿠중앙공원에서는 인생 샷 건지기가 어렵지 않다!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공원 중간에는 작은 분수도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이 물가에는 거북이들이 살고 있었다. 어렸을 때 실제로 거북이를 키워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분수 옆에 붙은 설명문을 읽어보니 누가 몰래 공원 분수에 버린 거북이를 처분하거나 하지 않고 도쿄도의 관리하에 키우고 있는 거북이들이었다.

우연히 이곳에 살게 된 거북이들이지만, 그 덕분에 다른 공원과는 차별화되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해양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신주쿠중앙공원이 더욱 이목을 끄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도 거북이가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였기 때문에 한참을 거북이 사진을 찍느라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신주쿠중앙공원 분수에는 거북이가 산다?!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도쿄도청에 이어 신주쿠 공원까지 다채로운 일들을 경험하고 나서 저녁까지 먹고 오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도쿄도청 라이트쇼가 시작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렇게 큰 홍보가 없었기 때문에 보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라이트쇼가 진행되는 곳에 비어 있는 벤치가 없을 정도로 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벤치에 자리가 없어 지인들과 함께 팔을 베개 삼아 잔디밭에 누워서 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퇴근길에 잠시 길거리 난간에 기대어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더욱 그 자리가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도쿄도청 광장 앞에서 라이트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예정된 시간이 되자 ‘Aimer’의 노래에 맞춰 형형색색의 라이트가 도쿄도청 건물 외벽을 비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건물 모양을 활용한 라이트쇼가 이어졌는데, 점차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용이나, 물방울, 화염 그리고 마지막에는 일본의 국기인 ‘스모’ 선수의 뒷모습까지 등장하며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다양해지는 구성과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다양한 그림으로 바뀌는 라이트 쇼의 모습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스모 선수의 라이트쇼였는데 선수의 옷자락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까지 섬세하게 묘사한 점이 너무 멋있었고, 마치 서부영화의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면서 스모 선수가 주인공인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라이트쇼가 끝이 나자 박수를 참을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럽고 퀄리티 높은 공연이었다. 이걸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정말 도쿄도청은 우스갯소리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야경까지도 아름다운 도쿄도청의 모습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이렇듯 도쿄도청 전망대와 구내식당에서부터 근처 신주쿠공원과 함께 마지막 라이트쇼까지 가성비 최고 코스를 필자의 시선에 따라 소개해 보았다. 도청이라는 대표적인 국가의 사무적인 공간을 여행이나 데이트 스팟으로 오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을 새롭게 즐겨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사람 많고 진부한 핫플레이스보다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까지 완비한 도쿄도청을 둘러보면서 좋은 분위기 아래 함께 온 가족, 연인, 친구, 지인과 더 좋은 감정과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기사 작성: 청년기자단 이승혜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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