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자] 숨겨진 이색 가성비 데이트 코스 ‘도쿄도청’ 1부 전망대 편


무더운 여름, 일본에 방문했다면 무조건 실내 코스로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베스트이다. 이러한 일본의 숨 막히는 더위를 피하고 싶은 마음만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서 커지는 듯, 하라주쿠, 시부야, 롯폰기, 아키하바라, 이케부쿠로 등 유명한 스팟은 어디든 사람들로 붐빈다. 도쿄 유명 핫플레이스는 이미 거의 섭렵했거나, 불쾌지수만 상승시키는 더위와 인파에서 벗어나 색다른 여행 그리고 데이트 코스를 원한다면, 신주쿠에 위치한 ‘도쿄도청’으로 한번 눈길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볼거리부터 먹거리, 놀거리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도쿄도청에서 가성비 있고 색다른 일본을 즐겨보는 것이다!


도쿄도청 건물과 도쿄도민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비석의 모습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가장 먼저, 필자는 도쿄도청 45층에 위치한 전망대로 향했다. 도쿄도청 1층에 들어서자 전망대를 가기 위해 줄 서 있는 관광객은 물론 일본 현지인들로 인산인해였다. 건물 밖 일본의 살인적인 더위를 날려버리듯, 화기애애하게 차례를 기다리며 일행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덕분에 대기하는 시간이 지루하게 다가올 틈 없이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고 여행 온 분위기에 더욱 흠뻑 취할 수 있기도 했다.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와 가까워지면 가벼운 짐 검사를 한 후, 드디어 45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된다.

도청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고 도저히 숫자로는 45층이 어느 정도의 높이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 필자는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은 상태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러나 한 층 한 층 빠른 속도로 올라갈수록 먹먹해지는 귀의 변화를 느끼면서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도달해 가고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고, 45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리자 깜깜했던 엘리베이터의 내부와는 완전히 반전을 이루듯 탁 트인 도쿄 시내의 풍경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전망대는 사무적인 공공기관의 모습을 한 도쿄도청의 1층과 다르게 카페와 기념품샵이 공간을 이루고 있고, 미술작품까지 놓여있어 보는 즐거움이 한층 배가 된다. 


(왼쪽) 전망대에서 보이는 신주쿠의 모습 / (오른쪽) 전망대 안 그림 작품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필자는 카페를 가운데에 두고 시계방향으로 전망대를 둘러보며 내가 아는 장소는 거의 없어서 곤란해하고 있던 차에, 친절하게도 지금 보이는 뷰에 맞게 건물과 장소에 대한 설명판이 바로 앞에 놓여 있어 안심이었다. 설명에 따르면 날이 맑을 때는 후지산까지도 보인다고 한다. 아쉽게도 필자가 방문한 날은 흐려 먼 거리까지 조망하지 못했지만, 맑은 날씨가 함께해준다면 후지산까지도 무료로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인 것처럼, 눈을 즐겁게 했으니 무언가 맛있는 디저트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침 코앞에 카페도 있겠다, 전망대에서 파는 카페 디저트가 궁금해져서 얼른 카페 앞에 줄을 섰다. 다른 메뉴는 여느 카페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는데, ‘마스 아이스’라는 아이스크림이 눈에 띄었다. 특히나 일본에 온 만큼 말차 맛 아이스크림을 꼭 맛보고 싶었기 때문에 더욱 그 메뉴에 관심이 갔다. 디저트에 꽤나 진심인 가족들과 진지하게 상의한 끝에 바닐라 맛과 말차 맛을 주문해 보기로 했다.

문득 아이스크림이 준비되기 전에 기다리는 시간에 구경도 해볼 겸 카페 공간 안을 이루고 있는 기념품샵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열된 기념품으로는 머리핀, 모자, 에코백, 손수건, 마그넷 등이 있었다. 딱히 필자는 여행지마다 각 나라만의 마그넷이나 머그컵과 같은 기념품을 모으는 취미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번 사볼까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취향 저격 아이템들이 많았다. 특히나 실제로 독자 중에 나라별 마그넷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양한 디자인의 매력적인 마그넷들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기념품을 구경하던 사이에, 드디어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매장 내에 걸려있는 그림처럼 아이스크림이 사각형 틀에 담겨서 나왔다. 아이스크림 앞에 ‘마스’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서 뭔가 기존의 소프트크림과는 색이나 제형이 다르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평범한 아이스크림이 나와서 오히려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알고 보니 ‘마스’는 첨가물 같은 것이 아니라 일본어로 사각형 모양의 전통 술잔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사실을 듣고 다시 아이스크림을 보니까 왜 이러한 사각형 틀을 아이스크림 그릇으로 사용했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고, 평범한 아이스크림에 일본만의 개성을 더함으로써 고유한 특색을 효율적으로 살린 판매자의 감각적인 면모에 감탄하기도 하였다.


주문한 말차와 바닐라 맛 마스 아이스크림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맛! 식감은 젤라토처럼 쫀득하거나 하지 않고 평범한 소프트크림이었지만, 바닐라는 우유의 풍미가 크게 느껴지는 맛이었고 말차는 역시 일본 하면 말차가 떠오르듯 녹진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에 전면으로는 탁 트인 신주쿠의 전경을 함께할 수 있으니, 서서 볼 때와는 또 다른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만족스럽게 다 먹고 난 후, 마지막으로 전망대 창을 쭉 따라 걸으며 포근하면서도 푸르른 자연과 세련되고 시크한 매력의 빌딩들이 공존하는 도쿄도청에서의 전망을 눈에 담았다.


45층의 높이가 실감이 나는 뷰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이제 볼거리는 모두 끝났나 싶었을 때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랜드 피아노를 보게 되었다. ‘갑자기 전망대에 웬 피아노지?’라고 생각하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자,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피아노가 단순한 검은 바탕의 디자인이 아닌,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제작돼 있었기 때문이다.


전망대 안 쿠사마 야요이의 단호박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피아노의 모습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이를 보면서 전망대라는 작은 공간 안에 일본의 모습을 특색 있게 표현하고 단시간에 방문객들에게 일본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깨달았고, 그만큼 신주쿠 쪽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정말 꼭 한 번 들러 보면 좋을 스팟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서 1층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출구 쪽으로 향하던 중,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일렬로 쭉 늘어선 태블릿 같은 기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급 탐구심이 발동한 필자는 기기 앞으로 가서 과연 어떤 용도로 쓰이는 터치패드인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기 하나를 두고 열정적으로 기웃거리는 우리를 본 직원분께서 감사하게도 친절히 도와주셔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왼쪽) 실제로 출입 명부를 작성하는 모습 (오른쪽) 명부작성기기 (사진 출처: 이승혜 청년기자)
 

알고 보니 이 기기는 전망대 외에 도쿄도청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출입 명부를 작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직원분의 설명에 의하면 인원수대로 출입명부를 작성한 후 출입증을 받아 올라가면 직원 구내식당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듯했다. 즉흥적인 P의 성격이 강한 필자는 밖에서 먹는 흔한 관광객 위주의 맛집보다 도쿄도청 직원들이 즐기는 점심 식사를 경험해 보는 것에 더 큰 관심이 갔다. 그래서 계획했던 스시집을 과감하게 포기한 뒤, 기대되는 마음을 안고 도쿄도청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기사 작성: 청년기자단 이승혜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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