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 首藤勉】“한국은 ‘사람’이 가장 큰 잠재력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무실 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수도 지점장 (사진 : JKD 안윤성 기자 촬영)

■ 회사 소개를 포함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본 중공업 기업 IHI의 한국지점장을 맡고 있는 수도 쓰토무입니다. IHI는 에너지, 사회 인프라, 항공우주, 산업기계 등 폭넓은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저는 2022년 4월부터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개발을 위해 서울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주재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2003년부터는 조선소나 제철소 등을 중심으로 한국에 자주 출장을 왔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는 "한국 하면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 방문이 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술을 좋아해서인지 "술 잘 마시지? 그럼 한국은 네가 맡아!"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상사도 있었습니다. (웃음)

현재는 항공기용 제트엔진 사업과 더불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분야를 회사의 중점 사업 축으로 삼고, 암모니아 연료 기반의 탈탄소 발전 시스템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IHI가 보유한 다양한 인프라 설비나 산업기계 제품에 대해 한국 기업으로부터 들어오는 문의를 본사 및 각 사업 부문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점은 지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발전용 가스터빈과 선박용 엔진 등을 담당하는 IHI 파워시스템즈의 서울 사무소도 별도로 있습니다. 한국 내에는 별도의 현지 법인이나 공장은 없으며, 저희 지점은 일본인 주재원 2명과 현지 채용 직원 5명, 총 7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IHI의 중요한 사업 개발 거점 중 하나로, 조선, 철강,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한국 기업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오랜 한국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한국 기업의 뛰어난 글로벌 추진력과 IHI의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에너지 및 사회 인프라 분야에서 한국 기업은 해외에서도 큰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제3국 시장에서의 협력을 통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한국에서 놀라거나 일본과 많이 다르다고 느낀 것이 있다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한국 사람들의 친근함입니다. 한국 분들은 정말 정이 많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종종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고, 식당 아주머니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분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한국에는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행동력이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죄송합니다, 저는 일본인이라서요…”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었지만, 요즘은 간단한 길 안내 정도는 할 수 있을 만큼 한국어 실력이 늘어서 그 점도 개인적으로 참 기쁩니다. 일본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문화가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금방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것저것 질문을 받는 것도 저에겐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한국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잠재력은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한국 분들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친근함, 감정 표현의 풍부함,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빠른 실행력, 그리고 사람 간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이 모든 것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 한국인 직원이나 거래처 한국인 파트너 등과 일하며 느낀 일본과의 일하는 방식 차이가 있다면?
업무를 하면서 기업과 기업 간의 연결보다,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문화가 아직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편이고, 사무실에 출근한 직원들과 매일 점심을 함께 먹으러 가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일본과는 또 다른 사회 문화를 느끼게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업무 자체도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일했던 분들과의 인연은 일본에도, 한국에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인간적인 관계가 더 깊고 오래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 친해지면 “이번 주 언제 시간 돼요?” 하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오고, 함께 식사를 하게 됩니다. 식사 중에도 “다음에는 언제 시간 돼요? 맛있는 데 있어요”라는 식으로 다음 약속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매주 만나고 있던 적도 있습니다. 이런 ‘만나는 빈도’는 확실히 일본보다 훨씬 높고, 그렇게 쌓아 온 사람 사이의 신뢰가 결국에는 기업 간 신뢰로 이어진다는 것을 한국에서 일하면서 많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IHI 한국지점 직원 단체사진 (사진 : 수도 지점장 제공)


■ 현재 업계에서 향후 한일관계가 크게 개선되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의 빠른 기술 도입과 실용화, 그리고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 역량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확대나 스마트 그리드 구축 같은 영역에서 두 나라가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인프라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쌓아온 해외 도시 개발 경험과 일본의 탄탄한 건설 기술을 접목하면, 제3국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계획이나 교통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에너지 포럼 감사패 (사진 : JKD 안윤성 기자 촬영)


또 하나 큰 가능성을 느끼는 분야는 ‘원자력 발전’입니다. 저희 회사도 이 분야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데요, 한국은 원자력을 ‘전략적 수출 산업’으로 보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 정서가 매우 조심스러워졌고, 원전 재가동도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기술력은 있지만, 이를 수출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원자력 분야에서도 한일 협력의 여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저희 내부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은 해외 사업 추진력과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유연함, 그리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강점이고, 일본은 축적된 기술력과 신뢰도, 그리고 꾸준한 개선 역량이 강점입니다. 이 두 나라의 강점을 잘 결합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협력 가능성은 에너지나 인프라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항공·우주·방위 산업, 원자력 등 지금까지 교류가 많지 않았던 분야에서도 충분히 확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 한국에서 시작한 취미.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 등 한국에서 즐기고 있는 일상이 있다면


한국에서 새로 시작한 취미는 없지만, 오랫동안 즐겨온 테니스와 밴드 활동을 여기에서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테니스는 일본 주재원 중심의 모임과 한국인 중심의 팀, 이렇게 두 군데에 소속되어 주 2회 꾸준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한일 혼합 멤버로 구성되어 있는 ‘곤드레만드레’ 밴드에서 저는 드럼을 맡고 있습니다. 일본인 멤버들은 대부분 일정 기간 한국에 체류하는 주재원들이기 때문에 3~5년 주기로 멤버가 바뀌곤 합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멤버를 수시로 찾는 게 늘 숙제처럼 따라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밴드는 멤버들이 바뀌면서도 약 20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매년 3회의 공연을 목표로 연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공연이 열리는 날마다 100명 넘는 한일 친구들과 지인들이 찾아와 주셔서,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연주 곡목도 매우 다양합니다. 한국의 버스커버스커나 DAY6는 물론이고, 미국과 영국의 퀸, 본 조비, 그리고 일본의 스피츠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Vaundy의 곡까지, 국적과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은 음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좌) 드럼을 연주하는 수도 지점장 / (우) 테니스 대회 단체사진 (사진 : 수도 지점장 제공)

음식은 한국 요리 중 순대국을 가장 좋아합니다. 특히 얼큰하고 깊은 맛이 매력적인 ‘얼큰순대국’을 자주 찾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점심으로 먹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라는 질문엔 쉽게 하나를 고르기 어렵지만, 밴드 활동 중의 공연은 빠질 수 없습니다. 매 무대가 특별하게 느껴졌고, 제게도 가장 소중한 추억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한국에서 만나게 된 많은 친구들과의 시간입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고, 함께 술 한잔하며 이야기 나눈 시간들은 지금도 큰 즐거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행도 여러 번 다녀왔고,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테니스 동료들과 함께 다녀온 전주입니다. 마침 눈 오는 날이었는데, 한옥마을에 소복이 쌓인 눈 풍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전주 여행에서 찍은 단체 사진 (사진: 수도 지점장 제공)

아이 셋 중 장녀는 현재 오사카에서 일하고 있고, 나머지 네 식구는 서울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가족이 함께 테니스를 즐기면서, 한국 생활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오사카에 있는 딸도 합류해 제주도나 전주 같은 곳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 것도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겨울이면 스키 여행도 가곤 하는데,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국제 스키 대회에 참가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물론 전문 선수로 나간 건 아니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오픈 대회였지만 프랑스, 호주, 미국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함께 경기를 즐기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회가 끝난 후에는 국제 교류 파티도 열려,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술도 마시고 춤도 추며 정말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좌) 가족과 스키여행 / (우) 국제교류 파티 (사진 : 수도 지점장 제공)


■ 3년간 한국에 살아보며 느낀 점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이런 국민성 차이를 자주 접할 수 있어서, 그걸 느끼는 게 정말 흥미롭습니다. 일본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보다도 한국의 발전은 정말 눈에 띄게 느껴집니다. 특히 최근 십수 년 동안의 변화는 매우 크고, 변화의 속도 면에서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사회 시스템이나 제도가 빠르게 정비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부터 출장 등으로 한국에 자주 왔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거리의 풍경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도시에는 고층 아파트가 크게 늘었고, 길을 걷다 보면 고급차를 자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젊은 세대의 패션도 다양해졌고,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에서는 글로벌한 시각이 느껴집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해외에도 관심을 갖고,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모습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를 가까이서 느끼며 살다 보니, 단순히 머무는 게 아니라 '살고 있다'는 감각이 점점 제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출장 차 잠깐 머무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문화나 가치관, 생활 방식의 차이를 더 자주 마주하게 되었고, 그런 점을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면서 일상이 더 즐거워지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수도 지점장 (사진 : JKD 안윤성 기자 촬영)


■ 앞으로 한국에 살게 될 일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나라지만, 국민성이나 문화적인 면에서는 의외로 차이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차이를 즐기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친구와의 연결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크게 느꼈습니다. 한국 분들과 가까워지면서, 단순한 관광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다양한 면이나 가치관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새로운 시각도 얻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도 ‘한국에서 많은 친구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밴드 활동이나 테니스, 술자리 등을 통해 교류의 폭을 넓혀 왔습니다. 그렇게 일상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생활이 더 즐거워지고, 새로운 발견도 많아졌습니다.

앞으로 한국에 거주하시거나, 짧게라도 머무를 예정인 분들께는 꼭 ‘차이를 발견하고 즐기는 마음’과 ‘현지 사람들과 연결되려는 자세’를 가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한다면, 한국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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