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아사히카세이이머티리얼즈코리아(주) (이하 'AEK')의 이케모토 타카시(池本 貴志)라고 합니다. AEK는 주로 배터리용 분리막을 제조해 판매하는 회사이구요, 아사히카세이 그룹 분리막 사업의 해외 최초 거점으로 2010년 9월에 설립되었습니다. 본사는 서울에 공장은 평택에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것은 2018년 11월입니다. 평택에 공장장으로 부임했는데 1년 반 정도 지난 후에 대표이사가 되고서 거의 2년이 됐습니다. 흰머리가 좀 있지만 아직 40대 입니다(웃음).
한국에는 혼자 와있고 가족은 일본 시가현에 살고 있습니다. 젊을 때부터 자취생활이 길었던 것도 있고 해서 제 취미가 요리인데요, 한국은 음식이 모두 맛있고 식자재도 훌륭해서 정말 좋습니다. 취미로 맛집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한국 식재료나 조미료를 사용한 요리도 자주 합니다.
자신 있는 한국 요리 중엔 삼계탕도 있는데요, 회사 직원에게 선물 받은 인삼주를 적당량 넣으면 훨씬 맛있어집니다. 특별히 알려드리는 팁입니다(웃음). 그런데 사실, 한국분들에게 더 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 ‘소금 누룩 닭찜’입니다. 일본에서 공수해온 ‘塩麹(시오코우지)’ 라는 소스로 찌는 건데요, 이걸 먹어본 사람들은 은퇴 후에 치킨집 말고 이걸 하면 대박 날 거라고 합니다. 은퇴하면 한국에서 해봐야겠습니다(웃음). 언젠가 김장 담그는 것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김치 박물관은 가봤는데 실제로 만드는 것까지는 못해봤습니다.
-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발견한 일본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
좀 가벼운 내용부터 얘기해 보자면, 한국 공중화장실에 있는 남자 소변기를 자세히 보면 벽면에서 물이 내려오는 배관이 고정형이 아닌 신축성(flexible) 있는 형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배관이 남아서 일부러 돼지꼬리처럼 꼬아 놓은 것도 있죠. 일본은 보통 정확히 맞도록 설계되어 있는 고정형입니다.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한국은 현장에서 위치에 따라 조금씩 조절해 맞추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정확히 고정형으로 되어있는 일본 보다 더 빠르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속도와 융통성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가 아닌가 생각하게 됐는데요, 저 같은 엔지니어 출신 일본인이 아니면 잘 못 보는 차이일 겁니다(웃음).
- 일하는 환경이나 문화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 있다면 -
한국과 일본의 룰에 대한 생각에 차이가 있다 느꼈습니다. 일본에서는 룰(특히 법령 등)은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한국에서 룰은 물론 '지키는 것'이지만, 동시에 '바꿀 수 있는 것' 이란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1월에 한국에 부임하자마자 산업안전보건법에 사다리 작업 금지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사다리나 접사다리를 타고 작업을 하면 법령 위반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공장에서는 조금 높은 형광등을 교체하는 등의 작업에도 접사다리를 사용하는데 그게 불법이 되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우선 공장 내 접사다리 작업 금지부터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 업계에서 항의가 거세 이 부분을 법령 위반에서 일단 제외한다는 통보가 내려왔습니다. 법령을 1개월 만에 취하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2019년 3월에 헬멧 등 안전 보호구를 착용하면 법령 위반이 되지 않는다는 매우 합리적인 법령으로 조정되었습니다. 약 2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일본에서는 법령을 발행하기 전에 수 차례의 공청회 등을 통해 문제점을 추출합니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죠. 그러나 일단 룰이 생기면 그것을 지키는 것이 강하게 요구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Top-down 방식으로 빠르게 룰이 생기고 난 뒤, 다양한 의견이 나와 합리적인 위치에 자리 잡는다는 느낌일까요. 결과적으로 한국에서는 룰은 다듬어 가는 것, 적정한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란 인식이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차이들을 보면 한국과 일본 사이 여러 갈등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도 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한국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 생각하시나요 –
역시 ‘스피드’ 인 것 같습니다. 뭐든 결정하면 진행이 빠르고, 그 결정한 것은 top-down 방식으로 전체에 침투되는 것이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이 점은 결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본과의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상대를 생각해주는 배려라 할까요,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친해지면 정말 가족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힘을 보태준다 할까, 보살펴 준다고 느끼는 부분이 참 고마운 것 같아요.
며칠 전에도 한국인 지인과 대화 나누면서, 정말 맛있게 마신 막걸리 이야기와 함께 며칠 뒤 미니 홈파티가 예정되어 있다 말했더니, 그 막걸리를 찾아 집으로 보내줘서 엄청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정말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물론 한국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그건 또 그것대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웃음).
- 일하는 방식도 일본과 한국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
한국 분들은 '일단 해본다'는 스타일이 많은 것 같아요. 일본은 '우선 계획을 세운다, 생각한다'는 스타일이 많구요. 이건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가 아닙니다. 사람은 뭐든 장점이나 단점이 아닌 '특징'이 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 특징은 보는 방향에 따라 장점으로 보이기도 하고 단점으로 보이기도 할 뿐, 기본적으로는 같은 것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면, 빠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속도감이 있다 하는 반면, 경솔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편, 신중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깊게 곰곰이 생각한다 하는 반면, 느리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죠. 똑같은 행동을 보는 방향이 다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특징을 우선 받아 들이고 그 배경을 알려고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 배경에 있는 문화, 역사, 교육, 사회와 같은 있는 그대로의 한국을 배우는 것,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 마찬가지로, 일본인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아울러, 최대한 좋은 쪽으로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게 서로 더 기분 좋잖아요. 그렇게, 한국과 일본의 좋은 점을 합친 하이브리드 방식, 서로의 강점을 살린 방식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국에서 일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 곧 일본에 돌아가시는데요. 주재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
가벼운 것부터 말하자면, 역시 요리가 제 취미이기 때문에 '맛집'을 찾는 거였던 것 같아요. 한국 음식은 다 맛있어서 순위를 매기긴 어렵지만, top 3를 꼽으라면 순대국, 닭한마리, 간장게장 입니다. 또 일본에서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어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소 생간도 아주 좋아했습니다(웃음).
주재 기간 중 가장 감사했던 추억은 역시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 주재원을 위한 최고위과정인 ‘연세대학교 Gateway to Korea(GTK)’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훌륭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GTK Forum(GTKF)의 발족에 관여하면서 훌륭한 한국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과의 만남, 그리고 보다 좋은 한일관계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얻은 것들은 제 인생의 보물입니다.
지금 한일 관계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좋은 민간 교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민간 교류를 통해 한일 관계가 꼭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또 좋게 만들어가자는 생각이 이어지면 언젠가 꼭 좋은 관계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에 명대사처럼, ‘마음은 불멸’입니다(「想いは不滅です」). 너무 진지했나요(웃음)?
- 앞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일본 경영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조금 전 '마음은 불멸'이란 말과도 연결됩니다만, '좋은 바통을 미래에 이어주세요'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받은 바통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받는 바통을 바꿀 수는 없지만 주는 바통은 바꿀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받은 바통을 좋은 미래를 위해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첫째 '좋은 점을 본다', 둘째, '한국을 위해 일한다' 입니다.
첫 번째는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두 번째는 인도에 부임한 경험이 있는 선배로부터 배운 건데, 부임한 나라를 좋게 하려고 일하면 그 나라 사람들이 도와준다는 것이었어요. 한국에 있으면서 저도 실감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계속한다면 반드시 한국에서 좋은 만남을 갖게 될 것이고 여러분의 주재원 생활, 그리고 인생도 풍족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부디 한국에서 더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바통을 미래에 이어주세요.
마음은 불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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