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부산과 가까운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출신인데다 부모님께서 여행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 따라 부산 여행을 자주 갔었습니다. 1년에 한 번씩은 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고등학생 때에 모 행사에서 한국 학생이 저희 집에 홈스테이를 하게 되고, 다음엔 제가 그 학생 한국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저와 동갑이었던 그 학생의 언니랑 친해지면서 펜팔친구가 되었어요. 그게 제가 한국어를 배우고 또 일찍 사용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국과 한국사람들을 좋아하게 됐고, 대학 시절에 한국에 유학을 오면서부터 지금까지 23년 동안 한국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산 세월보다 한국에서 산 세월이 더 길어졌네요.(웃음)
일본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한국에 유학 오면서 관광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비자문제도 있고 쉽지 않았죠. 그래서 후쿠오카에 돌아가 오쿠라 호텔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쿠라 호텔에서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신관 오픈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거기서 만난 파라다이스 호텔 지배인 분에게 스카우트 돼서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가 되었죠. 사실 제가 스카우트 되려고 한국 좋아하고 한국어도 잘한다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긴 했죠.(웃음)

2014년에는 한국 관광의날 국무총리상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VIP 고객들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며 제 경험을 토대로 VIP가 원하는 어려운 부탁들을 해결할 때 저도 기쁘고 큰 보람을 느껴요. 그런 보람과 일에 대한 갈망이 제 친정인 이곳 파라다이스로 다시 오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남편은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요. 제가 부산 파라다이스에 있을 때 서울에 일이 있어 왔다가 OO 호텔에 있는 지인 얼굴을 보러 잠시 갔는데 그때 그 호텔 객실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남편을 우연히 만났어요. 그 뒤로 저를 엄청 따라다니더라고요.(웃음)
그때 전 부산에 살았어서 서울 부산 KTX 장거리 연애를 했죠. 자주 만날 수 없어서 그 덕에 서로 더 애틋해졌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 기차역에서 헤어질 때 그 아쉬움은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요. 사실, 그 헤어지는 아쉬움이 제가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직장을 옮긴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남편은 지금도 OO호텔 객실팀에 근무하고 있어요. 그래서 서로 더 잘 이해해줄 수 있고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밖에서 친구들과 있다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다 이해해주고요.(웃음)
그렇게 연애 2년 만에 결혼을 하게 됐는데, 처음 연애할 땐 잘 몰랐던 문화차이라는 벽을 실감하기도 했죠. 특히 첫 4년 간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어서 일본과 다른 명절 문화나, 일본에 비해 아주 끈끈한 가족문화부터 시작해서, 설거지하는 거 하나도 다르단 걸 많이 느꼈어요. 일본은 설거지를 조용조용히 하는데 한국에선 설거지로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 하더라구요.(웃음)

그래도 서로 비슷해서 함께할 수 있는 게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남편과는 같은 업종의 일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서 지금 남편과 함께 배드민턴 한 지가 14년이 됐어요. 배드민턴으로 많은 한국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는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운동하다 보니 사회인 배드민턴 전국대회에 남편이랑 함께 출전해 우승까지 했죠. 최근엔 코로나로 배드민턴 실내 체육관이 폐쇄돼서 복싱을 시작했어요. 복싱도 남편이랑 같이 하는데 부부싸움을 글러브 끼고 정정당당하게 하죠.(웃음) 그래도 신랑이 주로 맞아줘요. 어쩌면 제가 진짜 더 잘 때리는 걸 수도 있구요.(웃음)

회식 자리에서 술 마실 때도 한국은 잔을 다 비워야 따라주지만 일본은 상대방 잔이 다 빌 때까지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그게 실례가 되죠. 그래서 계속 첨잔을 해주는데 한국분들한테 그러면 ‘천천히 좀 마시자’ 그러시죠. 잔 비우라는 뜻인 줄 아시구요.(웃음)
한국은 또 일본보다 가족 행사가 많은 것 같아요. 가족 생일도 다 모여서 함께하고, 특히 환갑잔치, 칠순잔치, 팔순잔치 같은 행사들 보면 일본보다 그런 가족간의 정이 더 많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일본은 한국보다 빠르게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것 같구요.

그런 면에서 또 놀랐던 것이, 한국에선 같은 여자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끼리 화장품을 맘편히 함께 쓰던 거였어요. 일본은 ‘혼네, 다테마에’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모두 친절하고 서로 예의를 갖추고 하지만, 한편으론 또 그만큼 경계를 넘어서는 건 좀 힘든 거 같아요. 한국은 반대죠. 처음엔 조금 거리를 둬도 어느 정도 친해지면 정말 가족처럼 지내잖아요. 그게 한국 사람, 한국 문화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친구가 아무 서스럼 없이 제 화장품을 쓸 때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저도 친구나 직장 동료 화장품 좋은 거 보면 제가 먼저 써보자고 하고 그래요. 한국 사람 다 됐죠.(웃음)
그리고 늘 느끼는 한국의 매력은 바로 ‘에너지’인 것 같아요. 처음 부산에 가서 국제시장이나 자갈치 시장을 갔을 때 아주머니들한테서 느낀 그 에너지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일본에서는 그렇게 큰 목소리로 쉬지 않고 말하면서 장사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지금도 한국 시장에 가면 그런 활기를 느끼고 또 저도 활력을 받는 것 같아요.
한일관계가 정말 안 좋다고 하지만 실제 한국에서 지내면서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 만큼 한국 이웃 분들과 돈독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주위 한국 지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각자의 생각과 문화를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제 남편과도 그렇구요.
일본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 사람들 간의 관계는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가다 보면 저희 부부처럼 서로 닮은 점들을 함께하고, 또 서로 다른 점들은 점점 맞춰가면서 더 나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부터 이곳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그런 역할을 계속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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