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의 어느 날, 서울 강남 ‘뱅뱅사거리’에 위치한 야마하뮤직코리아를 방문했다. 영하의 체감 온도와 삭막한 강남의 빌딩 숲. 그러나 ‘야마하뮤직’ 이라는 글귀가 보이는 순간 봄바람 같은 선율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내 그 봄바람 같은 미소를 지닌 마츠오카 유지 사장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JK-Daily가 마츠오카 사장의 한국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회사나 제품(서비스) 이야기를 포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야마하뮤직코리아 사장 마츠오카 유지입니다. 유럽과 브라질에서 약 20년을 주재하였고, 한국은 6개국째가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교육을 공부했습니다. 세계에서 일을 하고 싶어져서 교사가 되지 않고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고 비즈니스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야마하뮤직코리아는 악기, 음향제품, 반도체 판매, 음악교실 운영을 직접 하고 있으며, 그 외에 골프와 오토바이 제품도 있습니다만, 그것들은 수입 대리점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일본과 다르다고 느꼈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일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주재해왔던 나라와의 비교도 되는데, 주변과의 비교와 서열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학이나 회사뿐만 아니라 사는 곳 등, 많은 것들에 서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위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비교하고 서열을 의식하는 것이 어떤 자존심이나 사리판단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나이에 이 지위, 이 급여, 그리고 이 차를 타는 게 맞나' 등, 생각해야 할 게 많아서 힘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대학 입학의 난이도라는 면에서는 일본에도 물론 서열이 있지만, 지방에도 수도권 못지 않은 좋은 대학이 있다거나 판단 기준은 더 다양한 것 같습니다.
■ 한국이 갖는 강점이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일하고 있는 음악 세계에 있어서 많은 발전 소지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피아노 교육을 중심으로 한 음악 교육은 한국에 이미 뿌리내리고 있고, 취미활동으로도 다양한 동호회가 있을 만큼 많은 분들이 음악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이루어지고, 문화 성장이 뒤따라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전에 부임했던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과 비교하면 즐기는 방법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아직 발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음악도 서열이 정해지는 콩쿠르가 많고 주변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롯이 '힐링'이나 즐거움을 위해 연주하는 음악이 장차 더 퍼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운 사람이 대입을 앞두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분들이 앞으로는 대학에 들어간 후에 누군가와 비교하지도, 서열과도 관계 없이 자기 자신을 위해 음악이나 악기를 즐기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악은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발전의 여지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부임해온 나라들과 일본의 관계, 예를 들면 일본과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와의 관계는 많은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과의 관계는 아직도 발전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국교가 단절되었던 때, 문화 교류가 금지되었던 때 등, 양국 간의 음악적 교류와 발전을 가로막았던 한일 간의 특별한 역사 때문입니다. 현재와 같이 경제, 문화 등 민간 분야에서 교류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서로의 나라에 있어서 메리트가 되는 미래지향적 발전이 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한국과 일본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 놀란 점이나 참고가 된 점이 있다면?
일본과 유럽의 요소가 섞여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직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가는 것은 유럽적이고, 한편으로 조직 내 위계질서가 중시 되는 것은 일본적인 것 같습니다. 개인의 전문성을 중시하면서도 조직의 단결력은 강합니다. 징병제가 있어 기업 임원이 되기까지 주어진 시간도 짧기 때문에, 커리어를 생각할 수 있는 노동 가능 연수가 짧고, 일본보다 단기 결전으로 커리어 구축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노동관은 역사와 관습, 노동 법규의 영향도 받아, 지금까지 경험한 나라 모두 달랐습니다. 외국에서 일할 때는 그때 그때 그곳에 맞는 공부를 새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남은 주재 기간 중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한국의 음악문화에 공헌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한일 관계 발전에도 이어진다 생각합니다. 피아노를 비롯해 음악을 배우고, 노래방에서 즐기고, 콘서트장을 가는 등, 음악은 일상생활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나라마다의 사회 특징과 문제들이 있는데, 한국엔 저출산, 치열한 경쟁, 서울로의 일극 집중 등의 문제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은 문화적인 생활과 만족감, 스스로에게의 힐링 등으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줍니다. 국경이나 사회 문제도 관계 없습니다. 단순히 악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한국 분들이 음악을 즐기게 되고, 그 속에 야마하가 있었다,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습니다.
IT 기술을 사용해 먼 곳의 사람들과 함께 밴드를 만들어 연주하거나, 악기를 연주하지 못해도 작곡으로 자신을 표현하거나, 효율적으로 악기를 연습할 수 있게 해주는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 드럼 페스티벌, 신안군에서 105대 피아노를 동원한 대형 연주회뿐만 아니라, 학교와 함께하는 스쿨콘서트, 색소폰 동호회와의 콘서트, 음악교실 학생들의 콘서트 등, 거의 매일 열리는 다양한 음악활동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음악을 통해 한국 사회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야마하뮤직코리아의 활동으로서 사장이 바뀌더라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 한국에 주재하는 일본인 경영자, 또는 JK-Daily 구독자 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세대학교에 일본기업 주재원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위과정 GTK(Gateway to Korea)가 있습니다. 한국에 부임하는 일본 주재원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한국의 역사나 한일관계를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학술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저명인사들의 강의가 있는데, 저는 특히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님의 강의에 큰 감명을 받아 장관님의 책을 사서 한일관계를 공부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한일관계에 있어서의 자신의 위치, 자신의 업무와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속 마음을 떠보지 않고 이성적으로 한국 분들과 논의할 수 있었고, 직원이나 거래처 분들과 아주 좋은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민간 교류를 바탕으로 하는 한일 관계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할 수 있게 되어, 저는 '친일(親日)' 이면서 '친한(親韓)'의 일본인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뜻하지 않게 1년 만에 한국 주재 생활을 마치게 되었습니다만, 후임자는 'GTK 포럼'이라는 매달 열리는 한일 경제인 모임에 참가할 수 있고, 저 또한 연세대학교 일본 동문회 뿐만 아니라, 일본에 귀임한 GTK 수료생들의 모임, 'GTK 일본회'에 참석하여 한국과의 관계를 유지해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동경에서도 한일관계를 위한 일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의 짧은 한국 주재 기간에도 사업이 매우 잘 된 것은 GTK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과 일본 양쪽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권성주 교수이기 때문에 개발할 수 있었던 코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말 멋진 코스라고 생각해 앞으로 한국에 주재하게 될 일본 기업인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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