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 소개를 포함한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마이나비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나기라 타로(柳楽 太郎)입니다. 2020년 봄에 한국에 왔으니까 어느덧 4년이 흘렀네요. 마이나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2년이 지났을 무렵인 45세 때 한국으로 첫 해외 발령을 받았어요. 당시
마이나비코리아는 설립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일본인 대표 주재원은 제가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신생 조직이라는 느낌이 강했죠. 당시 저는 한국과 연이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고, 일본에 돌아갈 수 없게 됐죠. 어떻게 보면 그 덕에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
마이나비코리아는 일본 최대 규모의 취업 정보 사이트를 영위하는 ‘마이나비 그룹’의 한국 법인으로 2016년 2월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일본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2013년부터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일본 취업 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2017년부터 한국 내 일본계 기업을 대상으로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한국인 인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우수해 일본계 기업 사이에서 좋은 인상을 받고 있어요. 실제로 올해 1,500~2,000명의 한국 청년들이 일본에 취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취업 희망자와 구인 간 균형, 한국에서 비자 발급이 쉽지 않은 점도 있어, 일본 청년들의 한국 구인 규모는 10분의 1 수준입니다.
2. 흔히 일본과 한국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놀랐던 일본과 다른 문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뭐니 뭐니 해도 디지털화와 속도감을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코로나 시작 무렵에 한국에 왔기 때문에 코로나 1차 유행 때부터 정부와 지자체 대응에서 일본과의 차이점을 여러모로 살펴볼 수 있었어요. 안내, 신청 등 모든 절차가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한국과 일일이 종이를 보내고 종이로 신청하는 일본. 또 확진자 증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면 즉시 내일부터 시행에 나서는 한국의 속도감이란, 일련의 과정의 리스크를 상정하고 최대한 배제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일본인의 감각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한국의 ‘속도감’과 관련해서는 처음 한국에 와서 살았던 아파트에서도 놀라웠습니다. 회사 근처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자마자 인터폰이 고장 났습니다. 신축 건물이라 굉장히 깨끗했는데 고장이 난다는 게 일본인의 감각으로는 다소 놀라웠지만, 이 일을 관리실에 얘기했더니 곧바로 수리업자를 불러 새 것으로 교체해 준 것도 놀라웠습니다. 일본이었다면 애초에 고장이 잘 나지 않았을 테지만, 만약 일본에서 고장 났다면 고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지만, 실은 아파트나 사무실에서도 비슷한 사례(고장 나면 즉시 고치는 점)가 많습니다. 이 점이 한일 간의 알기 쉬운 다른 점일지도 모르겠네요.
3. 일본인 입장에서 한국이 가진 가장 큰 매력(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지리적 근접성과 한국 사회가 갖는 '경쟁'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근접성’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문제인데요. 특히 코로나 종식 이후 저보다 일본 여행 횟수가 많은 저희 직원들을 보면 규슈나 서일본 정도는 그들에게 국내 여행 수준이겠다고 느낍니다. 또한 심리적 거리도 최근 경제와 문화 방면의 양국간 교류를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매주 일본에서 출장 오거나, 지인과 친구가 오는 나라는 좀처럼 없지 않을까요.
‘경쟁’에 대해서는, 저는 일본 기업에 한국 대학생을 알선해 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한국 청년들이 특히 학업, 취업과 관련해 어릴 적부터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은 이곳에서 살다 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경쟁 환경을 자신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점은 일본인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해요. 이 점을 우리가 이해하고 평소 업무나 경영에 활용할 수 있다면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한국에서의 취미 활동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주재원 밴드 ‘곤드레만드레’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인 동료들과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원래 등산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코로나 사태로 일본에 가기가 쉽지 않았고, 주말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애초에 도쿄에는 주변에 산이 없어서 등산할 기회가 잘 없었어요.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등산하면 한국어 공부도 할 수 있어 ‘건강’, ‘재미’, ‘언어’ 그야말로 일석삼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계 기업 주재원으로 구성된 락밴드 ‘곤드레만드레(ゴンドレマンドレ)’는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2013년 시작되어 주재원들이 이어받으면서 지금까지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컬만 일본 기업에 종사하는 한국인이고, 1년에 3회 정도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합니다. 그 중 한 번은 연세대학교 Gateway to Korea에서 개최하는 한일 기업인 네트워킹 파티에서 연주합니다. 밴드 활동 덕분에 한국 노래도 많이 알게 되었어요. 밴드명이 어째서 술에 잔뜩 취한 모습을 뜻하는 ‘곤드레만드레’인지는 잘 모릅니다. 멤버들이 항상 술에 취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웃음)
5. 한국 음식 중 가장 좋아하게 된 음식과 아직도 절대 못 먹는 음식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역시 순대국밥이 최고죠. 아직 일본에서는 파는 가게를 본 적이 없는데요. 서울에서는 삼성동 백암순대국과 박서방 순대국밥이 단골집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먹어요. (웃음) 그리고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는 의외일 수도 있지만, 홍어를 좋아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잘 못 먹는 경우가 꽤 있는 걸로 아는데요. 저는 좋아해서 예전에 일본인과 한국인 4명이서 홍어 산지인 목포에 가 먹어본 적이 있어요. 정말 맛있었어요. (웃음)
6. 양국 청년들에 대해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사고방식이나 취업관, 미래 계획 등 최근 한일 청년층을 보면서 다르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주로 취업 준비하는 20대 청년을 보면 양국의 사고방식과 취업관이 크게 다릅니다. 한국의 경우 기업과 구직자 모두 스펙과 가시화할 수 있는 지표를 중요시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 기업은 열정과 지망도를, 구직자는 보람과 사풍을 중요시하고 가시화할 수 없는 추상적인 기준을 통해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양국이 처한 고용시장과 중장기적인 고용 관행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양국간 구인·구직 현장에서 비로소 차이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래상이나 계획에서는 솔직히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청년들이 적고, 장기화된 경제 침체가 전반적으로 비관적인 미래상을 그리게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한국 쪽이 비관적인 정도가 강한 것 같아요. 스펙을 쌓기 위해 20대 대부분을 취업 준비로 보내고, 대기업에 입사해도 50세쯤부터 조기퇴직 분위기가 형성되죠. 사실상 20년 남짓한 직장 생활로 한 평생을 지킬 수 있는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7. ‘취업과 고용’이라는 측면에서 한일 양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한데요. 한국의 취업난과 일본의 구인난은 양국의 고용시장으로 확대해서 보면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11년 전부터 마이나비가 실시한 한국 대학생의 일본 취업 사업은 한국 구직자들에게 유효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 열풍이 다시 불면서 한국어 학습자와 한국 유학 희망자가 늘었고, 그만큼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일본인도 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비자 발급 받기가 어려워 그 수는 적지만,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를 내다보고 한일 양국의 인적 교류가 더욱 강화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8. 앞으로 일본에서 활약할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 일본인이 한국에서 처음 일했을 때 느꼈던 위화감이나 어째서? 라는 의문을 초반에는 자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이 전혀 다른 경우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 직접 체감한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다 나쁘다’가 아닌 그저 ‘다르다’는 사실을 점차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의 좋은 점, 일본의 좋은 점, 저마다의 경험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양국에서 일하는 매력이지 않을까요. 가깝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우선은 일본에 발을 내딛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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