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 武藤潤】 “후지필름그룹의 성장이 한국 경제와 사회 발전으로 이어질 거라 믿습니다”

"사진, 카메라 외 항암제, 백신 등 바이오 의약품 연구 개발, 제조에 필요한 원료 전세계에 판매"
"순대, 대창, 홍어도 좋아해. 한국에 있는 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 다하고 싶어" 


최근 이사한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무토 대표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 회사 소개를 포함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 후지필름 라이프 사이언스 대표이사 무토 준입니다. 2022년 10월에 서울에 부임했기 때문에 3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부임하기 전에는 일본 본사의 조달부문에 몸담고 있었는데, 2022년 7월, 한국에 바이오의약 사업을 담당할 새로운 현지법인을 설립하라는 명령을 받고 3개월 만에 사무실 매물 찾기, 채용 면접, 등기 절차 등을 완료. 그 해 10월에 현재의 회사를 차렸습니다. 


  사무실을 어디에 마련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한류 드라마 팬인 당시 고등학생 딸이 “아빠, 한국에서 회사를 만든다면 당연히 강남이야!”라고 해서 그대로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웃음).


한국을 방문한 가족들과의 식사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후지필름은, 보통 사진이나 카메라의 인상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은 항암제나 백신 등 바이오 의약품의 연구 개발이나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일본·미국·유럽에서 생산해, 전세계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배지(培地)’라고 불리는 원료로, 항체의약품(항암제나 류마티스 치료제), 코로나·인플루엔자 백신을 제조할 때는 세포를 배양하는 공정이 있는데, 그 과정에 필요한 비료 같은 것입니다.



‘배지’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후지필름그룹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바이오 산업에 주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바이오의약사업을 전혀 몰랐던 제가 왜 임명되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한국직원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회사를 설립한지 3년째, 직원은 아직 1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조직이지만, 한국의 제약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 등의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면서 회사의 실적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1991년에 후지필름에 입사하고 30년 이상 근무해오면서, 그 3분의 2를 해외 사업, 3분의 1을 인사나 경영기획 등의 코퍼레이트 업무에 종사해 왔습니다. 해외 주재는 싱가포르, 미국(시카고)에 이어 3개국째인데 해외에서 회사를 차리는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아 한국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매년 출장을 가는 캘리포니아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 한국에서 놀라거나 일본과 많이 다르다고 느낀 것이 있다면?

  부동산과 물가의 급등, 비싼 골프 요금, ‘빨리 빨리’로 대표되는 속도감 같은 걸까요. 한 가지 예를 들면, 사실 올 9월에 사무실 확장을 위해 이전했는데, 강남권은 역시 엄청 비쌌습니다. 최종적으로 이전과 같은 빌딩 내에 더 넓은 매물이 나와 결정했습니다만, 처음엔 평단가를 종래의 20% 인상을 제시 받았습니다! (같은 빌딩내에서 이사하는 것 뿐인데...왜..) 최종적으로는 가격을 인하해 주었습니다만, 향후도 계약 갱신 때마다 큰 폭의 가격 인상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해집니다.


한국 직원들과의 회의 모습. 'More Smiles'라고 적힌 모니터 앞에서 모두 웃고 있다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그리고, 저는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데요, 운전이 조금 거칠다고 느낍니다… 버스에 타면 앉기도 전에 곧바로 출발하고, 정류장에 정차하기 전에 출구 쪽에 이동해 있지 않으면 내리는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급브레이크와 급가속이 반복되는 경우엔 “안전 운전!” 이라고 말하고 싶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웃음). 승객이 전혀 없는 버스도 타려고 하면 문을 빠르게 닫는 경우가 있어 한국에서는 버스 승하차도 빠르게 빠르게 해야 되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웃음).


  그 밖에도, 한국에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넣고 3분을 기다리는 실험을 했더니, 1분 전후로 열고 3분을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납득이 되기도 했습니다(웃음).



(좌) 일본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연세대학교 Gateway to Korea 8기 동기생들과 / (우) 프로그램 수료식 모습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그리고 너무 기존의 것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것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도 한국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 점은 계속 일본에 있었다면 몰랐을 것입니다. ‘빨리빨리 문화’라고 하듯 ‘빠른 변화를 원하는 국민성’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경제 발전 모습을 보면 그게 한국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사전에 올바른 정보를 많이 모으고 더 숙고하는 습관이 강화된다면 한국은 앞으로도 더 많이 성장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 한국인 직원이나 거래처 한국인 파트너 등과 일하며 느낀 일본과의 일하는 방식 차이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제 입장 상 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사내외를 막론하고 한국인분들은 저를 많이 띄워주시니까 기분이 좋긴 합니다(웃음). 그래서 늘 착각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을 잊지 말라고 스스로 주문하고 있습니다.



한국 직원들과 삼겹살을 즐기는 모습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저희는 아직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빠르게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전원 경력직 채용입니다. 채용을 하다 보면 이직을 반복하면서 캐리어를 높이는 분위기가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도 이직에 대한 의식이 보편화되고 허들이 낮아지고 있지만, 이 부분은 한국이 훨씬 현저한 특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업무의 속도가 빠르고, 잔업 하는 것을 일본인처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ecutive 한 인력일수록 일을 잘하고, 강약 조절이 되는 근무방식은 역시 미국에 가깝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 현재 업계에서 향후 한일관계가 크게 개선되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역시 저는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한국은 재벌기업으로 상징되겠지만 신속한 의사결정, 강력한 리더십을 아주 많이 느낍니다. 그런 스피드와 리더십에 일본 제조업의 높은 품질, 생산 관리, Consistency가 더해지면 세계 최강이 되지 않을까요.

  
  다만, 한국은 벤처나 스타트업도 많고, 글로벌 시장 개척력이나 의약품의 제조와 수출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새 오피스 대표실에서 (사진:무토 대표 제공)


■  한국에서 시작한 취미.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 등 한국에서 즐기고 있는 일상이 있다면

  
  원래 아웃도어파가 아니라 TV 시청을 좋아하는 저인데, 한국에서는 등산이 활발하다고 일본인, 한국인 친구들이 권유해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힘들어서 하반신이 엉망이 되어도 정상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 상쾌함은 좀처럼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감각인 것 같습니다. 빠져드는 사람이 많은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왼쪽) 한국에서 친구가 된 '68년생 모임'의 부산 여행 중 금정산 / (오른쪽) 서울 안산

  저는 싫어하는 음식은 전혀 없기 때문에 세계 어디를 가든 로컬 요리를 즐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해 보고 새삼스럽게 생각한 것은 삼겹살을 비롯한 돼지고기가 매우 맛있다는 것입니다. 대창 등의 내장 계열도 좋아하고, 일본에서는 먹어 본 적 없었던 순대도 독특한 식감과 특유의 향이 있지만 좋아합니다. 한국인 중에서도 못 먹는 분이 많다는 홍어도 괜찮습니다. 술도 뭐든 다 마시지만 막걸리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웃음).


한국에서 좋아하게 된 대창과 홍어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일본에서는 잘 먹을 수 없는 순대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 그 외에 JKD 독자나 한국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후지 필름이라고 하면 카메라나 사진 회사라는 이미지가 아직도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지털 카메라나 인스턴트 카메라(‘Instax’. 일본에서의 애칭은 ‘체키’)는 현재도 전세계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만, 실은 헬스케어나 반도체, document 등의 B2B 사업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사업구조의 전환,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으로서 많은 미디어나 해외 비즈니스 스쿨의 소재로도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고척돔에서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배경으로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한국에서도, 후지필름그룹은 저희 회사를 포함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합계 5개사의 현지 법인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산업을 국가 첨단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거국적으로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희 후지필름 그룹의 성장은 한국 경제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지금 이 타이밍에 이 보람 있는 일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인연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곳에 주재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설립 1주년을 기념하여 국내 후지그룹 계열사 멤버들과 함께 (사진 : 무토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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