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 藤本征士] 한국 생활 14년차. 삼우에레코 후지모토 세이지 부회장

  • 강혁 기자
  • 발행 2021-07-01 17:53


▲ 후지모토 부회장이 삼우에레코 오피스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JK-Daily)


-- 간단한 본인 소개와 한국에 오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후지모토 세이지(藤本 征士)입니다. 얼마전까지 한국 무라타제작소 사장으로 있다가 작년에 이곳 삼우에레코의 부회장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사카 출신으로, 무라타제작소가 저희 본가에서 가까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MLCC (Multi Layer Ceramic Condenser, 적층세라믹콘덴서)가 무라타제작소의 주력 상품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40%(세계 1위. 2위는 삼성전기)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5G의 스마트폰 안에 1000개 정도 들어가는 0.4mm X 0.2mm의 아주 작은 부품이라 거의 먼지 같다고도 할 수 있죠. (웃음)


 삼우에레코는 무라타제작소의 한국 대리점 제1호로, 직원은 총 6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출은 작년엔 1천억원 정도였고 5년 연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무라타 전자제품을 약 90프로 이상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사실 저는 홍콩으로 가게 될 계획이었는데, 출국 일주일 전에 회사에서 갑자기 한국으로 가라고 해서 2007년 무라타제작소의 한국 법인 사장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홍콩은 따뜻해 겨울 옷가지 등을 처분해버려서 추운 서울 생활에 다시 겨울 옷가지와 장비들을 새로 구입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웃음)


▲ 후지모토 부회장의 집무실에서 JK-Daily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후지모토 부회장.  (JK-Daily)


-- 흔히 일본과 한국을 ‘가깝고도 먼 나라’ 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놀랐던 일본과의 차이점이 있나요? --


  2007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오토바이가 인도와 횡단보도를 쌩쌩 달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는데 당시만 해도 신호를 잘 지키지 않거나 깜빡이를 넣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것 등은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 반대로,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한국인은 모든 면에 있어서 매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정을 중시하는 일본에 비해 결과를 중시하는 한국의 근무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상사에게 지시 받은 건 마지막에 가서 힘들어도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감탄한 적이 많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과정이 좋으면 ‘열심히 했네’ ‘어쩔 수 없지’ 라고 평가해주는 일본 입장에서는 이런 한국의 ‘막판 뒤집기의 힘’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일본인의 경우 과정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가기 때문에 과정 상에 안된다는 판단이 들면 굳이 결과까지 도달하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좀 성격이 화끈한 편인데 그런 제 성격 때문에도 한국인들의 일하는 스타일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나 봅니다.(웃음)


▲ 후지모토 부회장의 집무실에서 JK-Daily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후지모토 부회장. (JK-Daily)

-- 추가로 한국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낀 차이점이 또 있을까요? --


  대표적으로 한국 남자들은 군대를 가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한 것 같습니다. 일본보다 강하게 남아 있는 유교문화 때문일 수도 있겠구요. 재밌는 거는 그런 문화를 잘 모르고 새로 부임한 일본 사장들은 한국 사원들이 자신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잘 따른다고 착각했다가 사실은 그렇지 않은 걸 알게 되고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웃음)



-- 한국이 비즈니스 하기에 보다 좋은 환경이 되기 위해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제품의 품질이 좋고 경쟁력이 뛰어나면 크게 어렵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나 대체재가 있는 경우는 반일 감정에 휘둘리기 쉬운 리스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매 운동은 순식간에 퍼지기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부 인사들의 불필요한 부적절 발언 등이 문제 원인인 경우가 있지만, 비즈니스 분야에 감정적인 요소가 반영된다는 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런 문제가 개선되어 견고한 신뢰 관계가 구축 된다면 서로의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 후지모토 부회장의 집무실에서 JK-Daily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후지모토 부회장. (JK-Daily)

-- 한국에서 은퇴하겠다고 할 만큼 한국을 좋아하는 것으로 압니다만, 후지모토 부회장의 한국에 대한 생각을 편히 이야기해주세요 --


  한국은 성장의 과정에 속해 있는 것 같습니다. 제품 수명주기로 비유를 해보자면,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죠. 일본은 버블이 붕괴된 후 쇠퇴기에 들어갈 지 여부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한국은 재미있는 일을 구현 시키기에 적합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일본은 지난 수십 년 간 물가가 오르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 15년만에 몇 배나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에 대한 열의는 여전히 뜨겁죠. 미래가 궁금해지는 나라이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 한국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와 생활하고 있고, 특히 가족들이 태권도 유단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권도를 배우게 된 배경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


  아이가 부모랑 있어야 배우며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단신으로 한국에 온다는 건 상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아들 딸과 아내 네 식구 함께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늦둥이 아들은 이후 한국에서 태어나 현재 2남 1녀 다섯 식구입니다.


  장남이 일본에서 유치원을 다닐 때 가라테를 했는데, 그때 일본 관장님이 한국에 가게 되면 태권도를 배우고 일본에 돌아와서 다시 가라테를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장남이 태권도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라테와 태권도는 비슷하지만 가라테는 손동작 찌르기가 주 기술이고, 태권도는 발차기 중심이라 두 운동을 함께 익히면 큰 매력이 있을 거란 일본 관장님 추천이었습니다. 밑의 동생들은 장남이 하니 따라서 하게 되었고, 그렇게 어쩌다 보니 3명의 아이들 모두 태권도 유단자가 되었습니다.(웃음)


▲ 태권도 이야기에 가라테 자세를 취하고 있는 후지모토 부회장 (JK-Daily)

-- 일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저희 JK Daily 구독자 혹은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들에게 자유롭게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 


  항상 복잡한 한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그래서 인지 일본인들 중에는 모든 한국인이 일본을 싫어한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대한 감정을 측정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이는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이고, 직접 한국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일본을 정말 적대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은 보기 힘듭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어느 정도 한국어를 할 수 있어서 아파트 이웃들이 말을 걸어오는데, 반일 불매운동 등이 최악의 상황일 때나 한일 관계가 매우 좋지 않을 때, 정말로 일본을 싫어한다면 저에게 말 걸기가 싫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편한 것 없냐고 걱정해주곤 합니다. 제가 몇 살까지 한국에서 생활할 지는 모르겠지만, 반일 감정이 한국 전체의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반대로, 절대 일본인 모두가 한국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다는 걸 꼭 알리고 싶습니다.


▲ 연세대학교에서 주한 일본기업 주재원을 대상으로 한 최고위과정 ‘Gateway to Korea’ 1기로 참석해 기수 회장으로서 받은 공로패. 후지모토 부회장은 해당 과정의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JK-Daily)


 (취재 기자 : 강혁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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