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자] 예술과 자연의 만남: 다치카와에서 느끼는 산책의 여유


일본에서 살며 산책이 취미가 된 후, 도시를 걸으며 새로운 풍경과 분위기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곳 중 하나로 도쿄 다치카와시(立川市)의 JR 다치카와역(立川駅) 주변이다. 이곳은 예술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그 매력을 산책하며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거리에 전시된 FARET TACHIKAWA ART 작품 (사진 출처: 윤문영 청년기자)


JR 다치카와역 북쪽 출구로 나서 국영쇼와기념공원으로 가는 길에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FARET TACHIKAWA ART의 일환으로, 다치카와시를 예술로 아름답게 꾸미려는 마을만들기 사업 중 하나다. FARET TACHIKAWA ART는 전 세계 36개국의 92명 예술가가 참여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 총 109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다양한 조각 작품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과 주제를 통해 도시 풍경을 아름답게 꾸미며, 다치카와시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참고로 FARET는 이탈리아어 ‘FARE(만들다, 창조하다)’와 다치카와의 첫 글자 ‘T’를 결합한 이름이다. 이렇게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한 곳이 바로 국영쇼와기념공원(国営昭和記念公園)이다. 약 180ha에 달하는 이 공원은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국영쇼와기념공원 (사진 출처:윤문영 청년기자)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길게 뻗은 캐널(운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캐널 양옆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은행나무들이 가지런히 서 있는데, 나무들의 크기와 균형미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특히, 탁 트인 공간 속 짙은 녹음은 마음에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캐널 끝에 자리한 분수 주변에는 수국 모양을 본뜬 우산들이 줄지어 놓여 있어, 단순한 우산이 이렇게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침 ‘수국 산책(紫陽花さんぽ)’ 이벤트가 열리고 있어, 이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공원 속 꽃들 (사진 출처: 윤문영 청년기자)

공원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보라색과 파란색으로 물든 수국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수하게 피어난 수국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걷다 보면 여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연못가에 피어 있는 연꽃들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왼쪽) 수국을 모티브로 한 플로팅소다 / (오른쪽) 모두의 들판 내 느티나무 (사진 출처: 윤문영 청년기자)


산책 중 갈증이 느껴지면 수국을 모티브로 한 시원한 플로팅소다를 즐기는 것도 좋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모두의 들판’ 광장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탁 트인 광장을 바라보며 빵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모두의 들판’ 광장에 마련된 의자에서 공원의 상징인 느티나무와 같이 사진을 찍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 풍경은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워, 사진으로 남기기에 더없이 좋다.

일본정원 (사진 출처: 윤문영 청년기자)

다시 걷다 보면, 일본정원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은 에도시대에 발전한 ‘지천회유식정원’으로 불리는 양식으로 설계되어, 연못 주변을 산책하며 변화하는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정원 내에는 대나무 울타리, 연못, 돌다리, 돌계단 등 일본 정원의 전통 기술을 감상할 수 있으며, 사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또한, 정원에는 차실이 있어 일본 전통 다도를 체험하며 정원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어 아름다움을 더하니, 가을에 방문하면 그 특별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분재원 (사진 출처: 윤문영 청년기자)


일본정원 내에는 분재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일본 전통의 분재를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수종의 분재가 정교하게 손질되어 있으며, 섬세한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수령 400년 된 눈향나무는 줄기나 가지 일부가 시들어도 그대로 보존되어, 녹색 잎과 하얗게 변한 부분이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화가 분재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한다.


고모레비의 마을 (사진 출처: 윤문영 청년기자)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인, 고모레비의 마을은 1950년대 무사시노(武蔵野) 지역의 농촌 풍경과 생활을 재현한 곳으로, 옛 시골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목조로 지어진 농가 건물, 전통 난방 장치인 이로리(囲炉裏), 그리고 부엌에 설치되어 불을 피워 요리를 하는 가마도(竈) 등을 관람하며 일본 시골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도쿄에서 이렇게 시골의 정서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장소다.

다치카와시의 FARET TACHIKAWA ART와 국영쇼와기념공원에서 보낸 하루는 예술과 자연, 그리고 일본 문화를 깊이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본 문화의 색다른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을 독자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다.



(기사 작성: 청년기자단 윤문영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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