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한 3월 말, 선유도역 근처에서 봄꽃 같은 미소로 맞이해 준 사이토 사장. 테라스와 카페 등 다양한 컨셉의 공간이 있는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한국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토 사장의 모습에서 밝은 회사 분위기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이토 요지 요꼬가와전기 사장의 한국 경험담을 소개한다.
자기 소개와 회사, 제품(서비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이토 요지(齋藤 洋二)입니다. 2018년 4월에 한국에 부임하여 한국요꼬가와전기 사장으로서 정확 5년간 한국에서 근무했습니다.
잠깐 회사 소개를 하자면 한국요꼬가와전기는 1978년 우진요꼬가와엔지니어링이라는 합작회사로 시작해, 1998년에 와서 100% 외자기업이 된 이후 지금의 사명을 사용해 왔습니다. 직원은 영업, 엔지니어링, 서비스 등 300명 정도 되는데, 그중 일본인은 저 혼자라는 말을 하면 많이 놀라시곤 합니다. 예전에는 일본인 주재원이 10여 명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몇 해 전부터 1명이었습니다. 평소 운영은 한국 직원만으로도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어, ‘현지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사장으로서는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이 혼자라서 다소 외로울 때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 오히려 혼자였기 때문에 한국인 직원들 및 다른 일본인 주재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가까운 '우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골프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그런 면에서 지금 돌이켜보면 ‘혼자라서 좋은 점도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등 해외를 겨냥한 비즈니스도 많기 때문에 사내 공통어는 영어입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대부분의 임원들이 일본어를 잘했는데요. 지금은 임원 회의도 영어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당연히 한국어를 하는 편이 좋기 때문에 업무용 수준은 아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 II) 3급까지 땄습니다. 조금만 더 공부하면 될 것 같으니, 일본에 돌아가서도 한국어 공부를 계속해서 반드시 ‘4급’을 따겠습니다! (웃음)
회사는 영등포구 선유도역 근처에 있는데요. 가까이에 롯데제과 등 롯데 관련 회사가 많고 젊은 사람도 많습니다. 비교적 세련된 카페가 있고 공항도 가까워서 일하기 좋은 환경이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요꼬가와전기의 고객사는 정유, 석유화학, 화학, 철강, 가스 등 업체들로, 많은 분들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도 많은데요. 한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제어시스템 납품 실적에서 점유율 1위를 자랑합니다.
우리 직원들은 대체로 모두 그럴 거라 생각되는데요. 요꼬가와전기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회사일까? 라는 점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설명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웃음). 간단히 말하자면 오토메이션 회사입니다. 오토메이션은 자동화를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 원유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경우, 철광석으로 철을 만들 경우, 펄프로 종이를 만들 경우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온도, 압력, 유량 등을 목적에 맞게 제어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한 제어시스템, 센서, 각종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오토메이션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진화시켜 고객사 공장에서의 오토노미(궁극적으로 무인자동화)를 목표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가장 놀란 일본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입니다. 지하철 1호선을 혼자 탔는데 지하철 안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 있잖아요. 당시 주방용 가위와 칼을 파는 남자분이었어요. 열차 안에서 주방용 가위를 꺼내 달그락거리면서 “(말을 몰랐는데 아마) 잘 썰리는 가위예요~”같은 말을 하며 팔러 다녔어요. 언론 등을 통해 한국의 반일 감정이 매우 강하다는 말을 접해왔었기 때문에 괜히 눈 마주치면 일본인이라고 찔리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웃음), 정말 너무 무서워서 자세를 똑바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어떤 분이 그 가위를 사더라고요!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사는 거면 이해되지만, 어째서 지하철 안에서 주방용 가위가 팔리는지 신기했습니다.
한국이 가진 가장 큰 매력(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역시 음식일까요? 조금 매운 요리도 있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적응되는 부분이고, 고기를 먹을 때 야채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제법 건강식도 많죠. 얼마 전, 광장시장에 줄 서는 가게에서 먹은 녹두전이 너무 맛있어서 감동했습니다. 막걸리랑 어울려서 최고였어요. 그리고 마포나루라는 가게에서 먹었던 닭찜도 정말 최고였습니다. 이 같은 서민적인 음식이나 가정식 요리에도 맛있는 음식이 많습니다.
또 하나는 속도감이죠. 법안이 국회에서 결의되면 그해에 곧바로 휴일이 늘어난다거나, 근로시간과 안전에 관한 규제도 곧바로 시행된다거나, 나이를 세는 방법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이것들은 정치나 법률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중에도 말씀드릴텐데, 속도가 요구되는 현대 비즈니스에서는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느낀 일본과의 달랐던 점이 있다면?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한국의 속도감에 놀랐습니다. 부하 직원이 승인 요청 메일을 보내왔을 때 일입니다. 좀 복잡해서 곰곰이 생각하고 천천히 답하려고 했는데, 바로 그 직원이 사장실로 들어오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승인 부탁한다고 재촉했습니다. 이것은 일례이지만, 저도 점차 이 속도감에 익숙해져서 다소 불확실한 일이 있더라도 저의 감각을 믿고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일본에 돌아가면 반대로 느리게 느껴져서 불편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경우 이 속도감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기본적인 성향에도 속도감이 있구요. 고객의 투자 결단도 매우 빠르게 큰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국토나 국민수가 일본보다 작아서, BTS처럼 비즈니스를 세계에서 성공시키려는 글로벌 마인드가 있습니다. 게다가 IT 스타트업 등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기업도 많이 있기 때문에 자사에서 직접 할 수 없어도 파트너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일본에 돌아가시는데요. 한국 주재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한국에 와서 시작한 취미로는 골프와 등산이 있습니다. 골프는 완전 처음이라 조금 불안했는데 한국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골프 후 뒤풀이를 포함해 업무상 만나면서 한국의 고객사나 비즈니스 파트너사와 아주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사적으로도 일본인 주재원과 골프를 많이 친 덕에 좋은 네트워크가 생겼습니다. 저에겐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산을 젊었을 적에는 해본 적 있는데, 서울에서 북한산의 거친 바위 표면을 보니 올라가 보고 싶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서울 주변의 산들은 겨울철을 포함해 대체로 올라봤고 제주도 한라산도 올라봤습니다.
등산을 계기로 한국인 친구도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서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파파고(Papago)로 음성 통역을 해서 소통했습니다. 주재원 기간 후반부터는 어느정도 말이 통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어를 공부해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젊은 여성들도 산을 많이 타는데, 등산 중에도 헤어롤을 앞머리에 고정하고 다니는 사람을 이따금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건 대체 무슨 뜻일까요? (웃음)
연세대학교 GTK를 수료하고 GTK포럼에도 참가했습니다. 포럼에서는 매월 주제를 정해 발표하고 한일 참가자들이 소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의견을 마구 던지며 토론합니다. 저는 ‘전쟁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에너지를 포함한 안전보장을 주제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같은 기회는 얻기 힘든 것이고,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 대해 피부로 느끼고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것도 저의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연세대학교 GTK 강의를 듣기 전인 2019년에는 ‘반일 불매운동’, 이른바 No Japan이 시작되었는데, 한국과 일본은 슬램덩크나 드라마처럼 문화적으로 항상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공급망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GTK는 저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도 앞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주재하게 되는 일본인 경영자, 또 JK-Daily 구독자 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GTK도 그렇지만, 가능한 한 한국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인터넷 상의 기사들이나 서적 중에는 상당히 편향된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는 일본에 대한 기사에서도 상당히 편향된 내용도 있습니다. 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저의 경험인데요. 만약 회사에서 “이건 한국 문화로 이렇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경우, 그 배경을 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한국에 왔을 때는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연장자를 공경하는 한국의 유교에서 온 문화와 연장자가 항상 위에 있는 기업의 이야기는 별개로 생각해야 하며, 매우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재원의 한국 부임 기간은 대부분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떠오른 것이 있다면 한국식 속도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한국을 배우고 이해하며, 한국이 가진 강점을 충분히 살려 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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