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자] ‘레트로’ 기타큐슈 여행기. 변기 박물관이라고?

  후쿠오카에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규슈에 있는 도시들을 가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들은 구마모토, 나가사키 등 한국에 있을 때는 가보기 어려운 곳들을 여행하는데, 필자 혼자만 가보지 않았었다. 그래서 당시 함께 살던 룸메이트들과 함께 기타큐슈 여행을 다녀왔다.

  후쿠오카에서 기타큐슈는 하카타에서 고쿠라까지 신칸센 한 정거장으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이다. 신칸센이 아니어도 JR가고시마 본선이나 니시테쓰 덴진오무타선을 이용하면 전철로 기타큐슈에 갈 수 있다. 우리는 차를 빌려 기타큐슈의 고쿠라로 향했다.

고쿠라
  고쿠라의 첫인상은 ‘레트로하다!’는 것이었다. 고쿠라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이 모노레일이었고, 모노레일 하면 레트로! 라는 인식 때문인지 그냥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레트로해 보였다. 기타큐슈 사람들이 멋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다들 개성 있는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후쿠오카와 그렇게 멀지 않은데 확 달라진 도시 분위기가 여행을 더 두근거리게 만들어 주었다.

(왼쪽) 고쿠라의 모노레일 (사진 출처: 고쿠라 관광 정보 웹사이트) / (오른쪽) 마쓰리 준비 모습 (사진 출처: 김가연 청년 기자)

  학교 수업을 마치고 간 거라 고쿠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다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저녁을 먹기에도 조금 늦은 시간이었고, 식당은 마감이 가까워지는 시간이어서 급하게 식당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운 좋게 마쓰리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았다. 커다란 마차 같은 것이 있고 상점가 모두가 모여서 구호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함께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고쿠라의 회전초밥 체인점 쿄스시, 맛있었다 (사진 출처: 김가연 청년 기자)

  저녁을 먹은 곳은 쿄스시(京寿司), 친구들이 초밥을 먹고 싶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다.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고쿠라에는 스시로가 없고 그 대신 이 쿄스시 등의 다른 회전초밥 체인점이 많다고 한다. 기타큐슈에 갔을 때는 스시로 말고 다른 체인점을 이용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식당에 들어가니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가득했고, 늦은 시간까지 영업해서 여유롭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이색 박물관, 변기 박물관
  일본 화장실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글자, TOTO. 이는 일본의 욕실 관련 기업이다.


TOTO 박물관의 모습 (사진 출처: 김가연 청년 기자)

  변기나 비데, 욕실에 관해서는 거의 다 만드는 것 같고 부엌 관련 사업도 하는 것 같다. 이 기업의 공장이 기타큐슈에 있어서인지 고쿠라에는 TOTO 박물관이 있다. 여행을 계획하며 ‘변기 박물관?!’하며 놀랐었다. 후쿠오카에도 똥박물관(うんこミユ-ジアム)이 있는데, 이보다 더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박물관 외관이 하얗고 둥그런 느낌인데, 이것부터 약간 변기의 형태 같다. 변기가 대부분 하얀 색깔이고 둥그런 모양이니, 거기서 따온 건가 싶었다. 내부는 매우 깨끗하고 직원분들도 친절하셨다. 들어가면 포토월처럼 TOTO MUSEUM이라고 되어있는 곳이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사진을 찍었다.


TOTO에서 만든 변기 바이크. 탈 순 없다 (사진 출처: 김가연 청년 기자)

  TOTO 박물관은 생각보다 변기와 욕실에 진지하고 TOTO의 가치관이나 시작점, 기술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소리, 촉감을 통해서도 다양하게 학습하고 느낄 수 있게 되어있다. 변기가 도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보니, 가장 첫 전시도 도기로 시작되는데, 변기에 진심인 TOTO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었다. 또 크기도 꽤 커, 시대별 욕실 스타일을 보여주는 전시관에서 예쁘고 재밌는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고, 욕실뿐 아니라 부엌도 있어서 볼거리가 많았다.


상품코너에 전시된 휴지.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고 쓰여 있다. (사진 출처: 김가연 청년 기자)

  다 둘러보고 나오면 선물 가게가 있는데, TOTO 혹은 변기와 관련된 상품을 판매한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귀엽고 선물이나 기념으로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특히 휴지가 재밌고 유용해 보였다.

모지코
  이색적이고 즐거웠던 고쿠라를 뒤로하고 우리가 온 곳은 모지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으로, 계획을 세우며 사진을 찾아봤을 때 아주 예쁘고 레트로한 느낌이 넘쳐서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건물들이 레트로풍으로 지어져 있어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예쁘게 나올 것 같은 곳이었다.

레트로풍 건물이 많아 아름다운 모지코의 모습 (사진 출처: 김가연 청년 기자)

  모지코에 가까워지면서 빨간 벽돌로 지은 공장들이 나타나 나를 두근두근하게 하더니, 도착한 모지코 레트로는 완전히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모지코 레트로가 그렇게 넓지는 않은데 이 옛 건물들이 뽐내는 분위기가 상당했다. 날씨도 화창해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모두 예뻤다. 옛 건물들과 바로 앞에 있는 바다, 건너편에 보이는 시모노세키는 모지코를 더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간몬해협과 대교, 저것만 건너면 시모노세키 (사진 출처: 김가연 청년 기자)

  모지코와 시모노세키는 간몬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간몬하시, 관문교 하나만 건너면 바로 갈 수 있다. 모지코에서 육안으로 시모노세키가 보이고, 모지코에서 관광열차를 타고 간몬해저터널로 가면 시모노세키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친구들에게 바나나빵을 선물로 줬는데 호평이었다 (사진 출처: 김가연 청년 기자)

  모지코는 대표적으로 바나나와 야키카레가 유명해서 지역 특산물가게에 가면 모지 바나나빵처럼 바나나가 들어간 것과 야키카레를 많이 팔고 있다. 학교 선생님께 듣기로는 과거에는 모지코가 규슈의 현관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바나나도 모지코를 통해 규슈에 들어오고, 이 바나나를 철도로 고베까지 옮기는 과정에서 하자가 있는 바나나를 모지코에서 팔아서 유명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모지코에는 바나나 다타키우리(叩き売り)라는 것이 바나나만큼 어쩌면 바나나보다 더 유명하다.

(왼쪽) 야키카레 전문점 혼포 (사진 출처: 김가연 청년 기자), (오른쪽) 야키카레 (사진 출처: 야키카레혼포 웹사이트)

  점심으로는 유명한 야키카레를 먹었다. 야키카레 가게는 많은데 손님이 더 많아서 어느 가게를 가든지 기다려야 했다. 모지에 BTS가 다녀간 야키카레 가게도 있던데 여기는 아마도 사람이 더 많을 듯하다. 우리는 야키카레혼포라는 가게에서 야키카레를 위해 거의 1시간을 기다려서 먹었고, 철판에 나오는 것 말고는 겉보기에 일반 카레와 다른 점은 크게 발견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반 카레보다 더 맛있었다. 구운 것이라서 그런지 카레가 건더기에 잘 베여 있는 느낌이었다. 조금 독특한 것을 먹고 싶다면 모지코의 명물이 들어간 바나나 야키카레를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사 작성: 청년기자단 김가연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제1기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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