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이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일본의 간식 아닐까. 편의점 간식부터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길거리 음식까지. 일본에는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간식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떡볶이, 순대, 어묵 등 분식 위주의 간식이 주를 이룬다면 일본은 꼬치, 다코야키, 크로켓, 파르페 등 간식의 종류가 다양하고 개성 있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나 역시 일본의 길거리 간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의 식욕을 자극했던 맛 좋고 간편한 일본의 간식들. 도쿄와 오사카, 기타규슈 지역을 여행하면서 직접 맛본 일본의 길거리 간식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다코야키의 고장 오사카에서 다코야키 첫 경험
때는 약 일년 전, 오사카의 신세카이혼도리 상점가를 구경하던 중 우연히 다코야키 가게를 발견했다. 점심을 먹기 전이라 간식을 사 먹을 계획이 없었지만 냄새가 우리의 발길을 잡았고 홀린 듯이 사 먹게 되었다. 일본에서의 첫 다코야키 시식이라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먹었으나 소스의 짠맛이 강했고 덜 익은 반죽의 식감에 당황스러웠다. 찾아보니 일본의 다코야키는 묽은 반죽을 만들어 일부러 덜 익히는 조리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먹던 다코야키의 맛을 생각했던 탓인지 일본식 다코야키가 낯설게 느껴진 것 같다. 그 때문에 기대만큼 아쉬움이 남는 첫 다코야키 시식이었다.
같은 날 오후 오사카의 최대 번화가인 도톤보리에서 두 번째 다코야키를 맛보았다. 도톤보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다코야키 가게 ‘쿠쿠루’에 갔는데, 다코야키를 구매하는 손님들의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믿음이 가서 사 먹었다. 신세카이에서 먹은 다코야키보다는 반죽이 더 익은 상태여서 식감은 좋았으나 역시 소스의 맛이 강해서 물을 몇 번이고 들이켰던 기억이 난다. 일본의 요리가 간이 세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싸는 화려한 간판과 강에 비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 어떤 야경보다도 예뻤기에 아름다운 풍경을 곁들여 남김없이 다 먹을 수 있었다.
일본 다코야키와 다시 사랑에 빠지다
한창 대학교에 다니던 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사 먹을 정도로 다코야키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 때문에 그만큼 일본의 다코야키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오사카에서 맛본 다코야키는 나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다음에 또 일본에 오게 된다면 맛있는 다코야키를 먹을 수 있길 바랐고 혼자 떠난 여행에서 그 바람을 이룰 수 있었다. 일본 다코야키에 대한 편견을 깨 준, 유후인 유노쓰보 거리에서 사 먹은 다코야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유노쓰보 거리를 걷다가 잠시 비를 피할 겸 들른 곳에서 인생 다코야키를 맛보게 되었다. 이곳의 다코야키는 가다랑어포에 파까지 올려 주었는데, 파가 반죽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참 맛있었다. 소스는 매운맛으로 주문했는데, 일반적인 데리야키 소스보다 다코야키와 더 잘 어울려서 좋았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선택이었다. 역시 일본은 다코야키의 나라였음을 확신하는 맛이었다. 가게에 한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서인지 사장님께서 한국어 메뉴판을 준비해 두셨던 것이 기억난다. 또한 메뉴판 옆에는 ‘한국어를 잘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쪽지가 한국어로 쓰여있었다. 모양대로 따라 쓴 삐뚤삐뚤한 한글이었지만 한국인 손님들을 위하는 사장님의 노력이 감사하면서도 귀엽게 느껴졌다. 나의 인생 다코야키, 이곳의 다코야키를 또 맛보는 것이 새로운 바람이다.
무조건 맛있는 일본의 크로켓을 맛보다
기치조지의 시장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대형 크로켓 가게를 보았다.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사가길래 호기심에 주문해 보았다. 치즈어묵 크로켓을 골라서 먹었는데, 튀긴 지 시간이 좀 지난 상태였는데도 온기가 느껴졌고 식감도 아주 바삭했다. 무엇보다 치즈와 어묵이 생각보다 더 잘 어울려서 신기했다. 치즈의 맛이 강해서 느끼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고소함과 짭짤함이 동시에 느껴져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기 전 배고픈 상태에서 먹어서 더 맛있게 느꼈을 수도 있으나 일본 여행에서 먹은 간식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는 건 확실하다. 함께 여행을 갔던 친구와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 기치조지에서 먹은 크로켓 진짜 맛있었다고 떠올리곤 한다.
기타규슈를 여행할 때는 유후인에 들렸었는데, 유후인의 유노쓰보 거리에서 먹은 크로켓도 참 맛있었다. 주문 즉시 바로 크로켓을 튀겨주는 가게였는데, 유명한 곳인지 기다리는 줄이 꽤 길었다.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비를 맞으면서까지 크로켓을 먹고 있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게살 크로켓을 사 먹어 보았다. 한 입 베어 물고는 ‘이건 꼭 기념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바로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남겼다. 부드러운 게살 크림이 알맞게 익어 입안에 풍미가 가득 느껴졌다. 너무 맛있어서 뜨거운 것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평소에 크로켓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더 흥분해서 먹었던 것 같다. 이때 느낀 바는 일본은 크로켓을 참 잘 만드는 나라구나라고 생각했다. 기치조지와 유후인에서 정말 맛있는 크로켓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크로켓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일본 크로켓을 맛본다면 ‘우마이!’(맛있다는 일본어 표현)를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간식 중 크로켓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평균 120엔 정도의 저렴한 가격도 한몫했다. 자고로 길거리 음식은 싸고 간편한 맛에 먹는 건데 가격이 비싸면 먹기 꺼려지기 때문이다. 부담 없는 가격에 실패 없는 맛이라니 안 먹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일본 길거리 간식으로 크로켓을 적극 추천하는 바다.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는 일본 길거리 간식
이 외에도 일본에서는 길거리 간식으로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은 파르페를 맛있게 만들기로 유명하다. 얇은 밀가루 반죽에 각종 과일을 올리고 생크림과 시럽으로 장식한 파르페는 맛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있어 젊은이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 MZ로써 일본에서 파르페를 꼭 먹어보겠노라 생각했다. 오사카 신시바이시에서 초코바나나 파르페를 맛보았다.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잠깐 고민했지만 일본까지 와서 파르페를 안 먹고 돌아가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사 먹기로 결심했다. 파르페를 먹어보니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시럽이 부드러운 과일과 잘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내고 있었다. 와플보다 부드럽고 케이크보다 달콤한 이 맛을 처음 느껴보는 나에게 파르페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동안 일본을 여행하면서 당고, 푸딩, 찹쌀떡 등 다양한 디저트를 맛보았지만 파르페를 먹는 순간 다 잊어버린 듯 생각이 나질 않았다. 왜 많은 사람이 파르페에 열광하는지 느꼈다. 가격이 더 저렴했다면 여행 내내 사 먹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을 정도다.
최근 일본에서는 사과 통째로 설탕물이나 캐러멜을 입힌 링고아메가 유행한다고 한다. 일본 문화 중 하나인 여름 마쓰리 때 노점에서 팔던 것이 링고아메 역사의 시작이다. 중국의 탕후루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붉은 색소를 사용하고 표면에 가루를 묻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음 달에 또 일본 여행을 떠날 예정인데, 앞서 소개한 간식들과 링고아메를 다 맛보고 올 생각이다. 일본의 곳곳을 다니며 먹어 본 길거리 간식들, 내가 사랑한 일본의 길거리 간식을 소개해 보았다. 여러분도 일본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간식을 경험해 보고 꼭 인생 간식을 만나길 바란다.
(기사 작성 : 청년기자단 권나영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제 1기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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