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자] 후쿠오카 근교 소도시의 현지인 맛집

  후쿠오카 근교 후쓰카이치(二日市)에서 보낸 반년 동안의 짧은 교환학생 시절, 아직도 나에게는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소중한 장소들이 여럿 있다. 매번 시간이 날 때마다 참새 방앗간처럼 들락거렸던 카페와 동네 맛집들.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다녔던 소중한 공간들을 소개하려 한다.

소박한 일본 가정식, 오니기리 찬합을 먹고 싶다면 _ 오무스비 규규(おむすびぎゅっぎゅ)

(왼쪽) 오무스비 규규 가게의 전경 / (오른쪽) 오무스비 세트 1개의 차림상 (사진 출처: 홍정민 청년기자)


  친절한 사장님 부부가 맞아주는 이곳은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를 파는 곳이다. 오니기리만 포장해 가는 것도 좋지만, 나는 여기서 꼭 오니기리 세트를 먹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한국 돈으로 7,000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오니기리 2개와 일본식 된장국, 반찬 3종과 절임류 1종을 즐길 수 있다. 남자 사장님 한 분이 거의 모든 오니기리를 만드시기 때문에 다소 느리게 나오는 편이지만, 여행이지 않은가. 바쁘게 돌아가는 쳇바퀴속에서 존재하는 귀중한 쉼표 같은 공간이다.


  가게는 4인석 테이블 2개와 1인석 3개만이 존재하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늘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지 않으면 대기가 생길 정도로 동네 사람들의 참새 방앗간이다.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맛, 친절한 서비스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


  이곳의 최대 단점은 영어 메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되시겠다. 따라서 일본어를 아예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주문에 다소 애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추천 메뉴를 부탁드립니다(‘오수수메 메뉴-데 오네가이시마스'). 혹은, 맡기겠습니다(‘오마카세시마스’)라고 말하면 친절하게 응대해 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 갔을 때는 한자를 전혀 읽지 못해 추천 메뉴로 부탁했다.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들에 질렸다면, 한 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따뜻한 감성이 가득한 일본식 다방 킷사텐(喫茶店) 체험을 원한다면 _ 카페 란칸(実家焙煎珈琲 欄館)

(왼쪽) 가게 안 따스한 전경 / (오른쪽) 주문한 아메리카노와 오렌지 케이크 (사진 출처: 홍정민 청년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일본식 옛날 카페, 킷사텐. 한국은 대부분의 카페들이 현대화되어 버린 탓인지 일본에만 오면 꼭 이러한 옛 느낌이 가득한 카페가 끌린다.
나는 다자이후 산책을 하고 기숙사로 걸어서 돌아가던 도중 우연히 이 카페를 발견했다. 카페 명은 카페 란칸. 현지인들만 가득한 이 곳은 다자이후 메인 거리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라 그런지 영어 메뉴판이 없다. (2022년 기준이니 지금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가격대도 일반 카페보다는 약간 비싼 편이다. 당시 돈 없는 교환학생 신분이었던 나는 메뉴판의 가격을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나갈까? 들어왔는데 커피라도 시켜볼까? 수백 번 고민하다가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아메리카노와 치즈케이크 같아 보이는 케이크를 하나 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케이크는 치즈가 아니라 오렌지였지만 오히려 좋아. 신선했다.


  가게는 음악부터 가구, 기물, 소품들까지 모두 레트로풍이 물씬 풍겼다. 카운터석 네다섯 개 정도와 테이블 대여섯 개로 구성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카페였다. 웨이터 복장을 말끔히 차려 입은 아르바이트생이 서빙을 하고, 주인 사장님은 커피를 내리는 것에 집중하는. 분업화가 잘 된 클래식한 카페. 약 1시간하고도 30분가량을 혼자 멍 때리며 즐겼다. 나갈 때 즈음엔, 단골 한 분이 주인 사장님과 정답게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그 순간조차 아름다웠다.

카레에 야채 토핑 추가는 선택이 아닌 필수! _ 고바야시 카레(小林カレー)

(왼쪽) 고바야시 카레 가게의 전경 / (오른쪽) 치킨 카레에 야채 토핑 옵션을 선택한 버전 (사진 출처: 홍정민 청년기자)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북적이는 이곳은 오픈 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 카레 맛집이다. 관광객들에게도,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해 점심시간이면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갔을 때는 항상 남자 사장님이 계셨는데, 항상 웃으며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 주셔서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가 더 행복한 카레 집이다.
 

  사실 이곳의 특징은 맛있는 카레가 아니라 아낌없이 가득 올려주는 야채 토핑에 있다. 다른 토핑들도 모두 먹어 보았지만, 야채 토핑이 가장 가성비가 좋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단호박과 가지가 예술이다. 카레와 가장 잘 어우러지고 씹을 때 부담도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이다. 게다가 가장 놀라운 점은 저 많은 야채 토핑을 한국 돈으로 약 1,100원 정도만 내면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레의 맛도 뒤지지 않는다. 약간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물리지 않고 끝까지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여기서 팁이 있다면, 점심시간 보다는 약간 빠른 11시에서 11시 반 사이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후라면, 점심을 먹으려는 근처 현지인들의 행렬이 이어져 긴 대기줄에 포기하고 돌아가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 소도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니시테쓰 후쓰카이치 역. (사진 출처: 홍정민 청년기자)

  사람들이 가득해 북적이는 다자이후나 후쿠오카, 그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 냄새나는 일본 골목들에 숨겨진 맛집들이 즐비하다. 후쿠오카 여행 시에는 이런 로컬 맛집들을 탐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사 작성 : 청년기자단 홍정민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제 1기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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