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의 시그니쳐. 쿠사마 야요이 作 '노란 호박' (사진 제공 : 파라다이스시티) 2021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의 화창한 오전, 인천공항고속도로를 기분 좋게 달려 도착한 곳은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그곳에서 세련되고 정갈한 유니폼 차림의 가네모토 토모코 상을 만났다. 인터뷰는 그녀의 유창한 한국어로 진행됐다.
- 간단한 본인 소개와 한국에 오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안녕하세요. 가네모토 토모코라고합니다. 이름이 좀 길어서 한국분들은 모코라고 부르거나, 이름 첫글자만 따서 그냥 가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웃음) 제가 부산과 가까운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출신인데다 부모님께서 여행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 따라 부산 여행을 자주 갔었습니다. 1년에 한 번씩은 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고등학생 때에 모 행사에서 한국 학생이 저희 집에 홈스테이를 하게 되고, 다음엔 제가 그 학생 한국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저와 동갑이었던 그 학생의 언니랑 친해지면서 펜팔친구가 되었어요. 그게 제가 한국어를 배우고 또 일찍 사용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국과 한국사람들을 좋아하게 됐고, 대학 시절에 한국에 유학을 오면서부터 지금까지 23년 동안 한국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산 세월보다 한국에서 산 세월이 더 길어졌네요.(웃음) 일본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한국에 유학 오면서 관광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비자문제도 있고 쉽지 않았죠. 그래서 후쿠오카에 돌아가 오쿠라 호텔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쿠라 호텔에서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신관 오픈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거기서 만난 파라다이스 호텔 지배인 분에게 스카우트 돼서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가 되었죠. 사실 제가 스카우트 되려고 한국 좋아하고 한국어도 잘한다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긴 했죠.(웃음)
▲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가네모토 토모코 상 (사진 : JK Daily)
- 지금 근무하시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는 어떤 곳이며, 자랑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저의 한국 첫 직장이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이었으니 파라다이스 호텔은 저에게 친정 같은 곳이죠. 중간에 서울 인터콘티넨탈(현 파르나스) 호텔에서도 근무하다 이곳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로 오게 되었고, 객실 컨시어지 SVC부분 파트장을 맡으며, 컨시어지 업무 외에 VIP고객을 주로 맡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호텔 근무를 한 것만 벌써 21년 정도 됐네요. 2014년에는 한국 관광의날 국무총리상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VIP 고객들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며 제 경험을 토대로 VIP가 원하는 어려운 부탁들을 해결할 때 저도 기쁘고 큰 보람을 느껴요. 그런 보람과 일에 대한 갈망이 제 친정인 이곳 파라다이스로 다시 오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호텔 1층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데미안 허스트 作 'Golden Legend' (사진 제공 :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는 제 오랜 호텔 근무 경험으로 봐서도 이렇게 훌륭한 호텔은 없다고 생각하고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IR(통합형) 리조트로서 카지노를 비롯해 컨벤션과 플라자, 파인 다이닝, 스파와 찜질방까지 갖춘 ‘씨메르’, 실내 패밀리 테마파크 ‘원더박스’ 등, 복합적인 시설을 다 갖춰 가족단위 손님부터 해외 손님, 비즈니스 목적의 손님까지, 국내외 남녀노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 Jeff Koons 作 'Gazing Ball (Farnese Hercules) (사진 제공 : 파라다이스시티) 겉으로 보이는 대규모 시설 뿐만 아니라, 내부를 보면 쿠사마 야요이님의 ‘노란 호박’을 비롯한 3000 여점의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희 호텔의 장점을 아트와 엔터테인먼트가 합쳐진 ‘아트테인먼트’라고 하는데요, 일하는 직원도 늘 즐거워질 수 있는 그런 하드웨어적인 시설에 더해서, 모든 직원들이 ‘파라다이스 way’라는 5가지 공유가치, ‘고객가치 창조’, ‘신뢰 구축’, ‘변화 시도’, ‘지속 학습’, ‘트랜드 선도’를 실천하고 있어서 많은 손님들께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 외국에 못나가고 저희 호텔을 방문해 주시는 한국 고객들이 많이 늘어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도 큰 만족을 드릴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랑이 너무 심했나요?(웃음)
▲ KAWS 作 'Together' (사진 제공 : 파라다이스시티)
- 남편분이 한국분이신데, 어떻게 만나셨나요. 한국분과 결혼해서 겪은 문화차이 같은 건 없었나요? -
남편이 저한테 한 눈에 반한거죠 뭐! ㅎㅎㅎ. 사실 벌써 오래돼서 기억도 잘 안나네요.(웃음) 남편은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요. 제가 부산 파라다이스에 있을 때 서울에 일이 있어 왔다가 OO 호텔에 있는 지인 얼굴을 보러 잠시 갔는데 그때 그 호텔 객실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남편을 우연히 만났어요. 그 뒤로 저를 엄청 따라다니더라고요.(웃음) 그때 전 부산에 살았어서 서울 부산 KTX 장거리 연애를 했죠. 자주 만날 수 없어서 그 덕에 서로 더 애틋해졌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만나 기차역에서 헤어질 때 그 아쉬움은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요. 사실, 그 헤어지는 아쉬움이 제가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직장을 옮긴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남편은 지금도 OO호텔 객실팀에 근무하고 있어요. 그래서 서로 더 잘 이해해줄 수 있고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밖에서 친구들과 있다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다 이해해주고요.(웃음) 그렇게 연애 2년 만에 결혼을 하게 됐는데, 처음 연애할 땐 잘 몰랐던 문화차이라는 벽을 실감하기도 했죠. 특히 첫 4년 간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어서 일본과 다른 명절 문화나, 일본에 비해 아주 끈끈한 가족문화부터 시작해서, 설거지하는 거 하나도 다르단 걸 많이 느꼈어요. 일본은 설거지를 조용조용히 하는데 한국에선 설거지로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 하더라구요.(웃음)
▲ 남편과 함께 사회인 배드민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사실을 연합뉴스가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가네모토 상) 그래도 서로 비슷해서 함께할 수 있는 게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남편과는 같은 업종의 일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서 지금 남편과 함께 배드민턴 한 지가 14년이 됐어요. 배드민턴으로 많은 한국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는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운동하다 보니 사회인 배드민턴 전국대회에 남편이랑 함께 출전해 우승까지 했죠. 최근엔 코로나로 배드민턴 실내 체육관이 폐쇄돼서 복싱을 시작했어요. 복싱도 남편이랑 같이 하는데 부부싸움을 글러브 끼고 정정당당하게 하죠.(웃음) 그래도 신랑이 주로 맞아줘요. 어쩌면 제가 진짜 더 잘 때리는 걸 수도 있구요.(웃음)
▲ 남편과 함께 복싱을 하고 있는 가네모토 상. 무슨 이유인지 남편만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가네모토 상)
- 한국과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일본과의 차이점과 한국의 매력은? -
한국과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한국과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한국 여행을 자주 왔었던 저한텐 특히나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문화적으로 많이 다른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요. 예를 들어 식사할 때나 술자리 문화도 많이 달라서, 한국은 식당에서 밑반찬 같은 거 더 달라고 하면 돈을 안 받잖아요. 오히려 처음보다 더 많이 퍼주시죠.(웃음) 일본은 조그만 반찬들 하나 하나 다 판매하는 거라 그 차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분들은 정말 낯설 거에요. 회식 자리에서 술 마실 때도 한국은 잔을 다 비워야 따라주지만 일본은 상대방 잔이 다 빌 때까지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그게 실례가 되죠. 그래서 계속 첨잔을 해주는데 한국분들한테 그러면 ‘천천히 좀 마시자’ 그러시죠. 잔 비우라는 뜻인 줄 아시구요.(웃음) 한국은 또 일본보다 가족 행사가 많은 것 같아요. 가족 생일도 다 모여서 함께하고, 특히 환갑잔치, 칠순잔치, 팔순잔치 같은 행사들 보면 일본보다 그런 가족간의 정이 더 많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일본은 한국보다 빠르게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것 같구요.
▲ 한국대표로 일본 오사카 요넥스 배드민턴 대회 출발전 단체사진 (사진 제공 : 가네모토 상) 그런 면에서 또 놀랐던 것이, 한국에선 같은 여자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끼리 화장품을 맘편히 함께 쓰던 거였어요. 일본은 ‘혼네, 다테마에’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모두 친절하고 서로 예의를 갖추고 하지만, 한편으론 또 그만큼 경계를 넘어서는 건 좀 힘든 거 같아요. 한국은 반대죠. 처음엔 조금 거리를 둬도 어느 정도 친해지면 정말 가족처럼 지내잖아요. 그게 한국 사람, 한국 문화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친구가 아무 서스럼 없이 제 화장품을 쓸 때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저도 친구나 직장 동료 화장품 좋은 거 보면 제가 먼저 써보자고 하고 그래요. 한국 사람 다 됐죠.(웃음) 그리고 늘 느끼는 한국의 매력은 바로 ‘에너지’인 것 같아요. 처음 부산에 가서 국제시장이나 자갈치 시장을 갔을 때 아주머니들한테서 느낀 그 에너지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일본에서는 그렇게 큰 목소리로 쉬지 않고 말하면서 장사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지금도 한국 시장에 가면 그런 활기를 느끼고 또 저도 활력을 받는 것 같아요.
- 현재 한일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그를 위해서 지금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
한국과 일본은 아픈 역사가 있지만, 한편으론 서로에게 좋은 경쟁상대로 함께 성장해 온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처럼 정치적인 문제나 역사문제로 교류가 줄고 대화가 주는 게 많이 아쉬워요. 부부 간에도 그렇잖아요. 서로 싸우고 서운한 게 있을 수록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서로 오해했던 부분들도 알게 되고 해결책도 찾게 되는 거 같아요. 한일관계가 정말 안 좋다고 하지만 실제 한국에서 지내면서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 만큼 한국 이웃 분들과 돈독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주위 한국 지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각자의 생각과 문화를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제 남편과도 그렇구요. 일본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 사람들 간의 관계는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가다 보면 저희 부부처럼 서로 닮은 점들을 함께하고, 또 서로 다른 점들은 점점 맞춰가면서 더 나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부터 이곳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그런 역할을 계속하겠습니다. (끝)
▲ 인터뷰를 마치고 'Golden Legend'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가네모토 상 (사진 : JK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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