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ESG경영이 최근 화제이다. ESG란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요소로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ment)의 약자를 말한다. 앞으로 이런 비재무적인 친환경적 사회적 책임 활동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러한 ESG경영이란 개념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제반 법규를 준수하는 준법경영과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감시) 활동 역시 기업이 지켜야 할 중요한 경영 활동으로 강조되어 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 원칙이 예전에는 잘 지켜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때는 기업도 법을 지키려는 의지는 있었으나 그렇게 할 여력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기업들이 준법경영 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법규를 준수하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많은 부분이 투명하게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 간의 생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곳곳이 그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한 사회가 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준법 의식이 굳건히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떻든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든든하다.
준법 의식으로 충만한, 보다 투명한 사회가 되면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빠른 기술 진보와 사회 변화에 따라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기고 그 일들도 점점 더 복잡해져, 이전과는 다른 법률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이전에는 없었던 ESG에 관한 법률 서비스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여 변호사의 역할 및 변호사 시장(한국에서는 주로 ‘법률시장’이란 용어를 사용하나, 이 글에서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변호사 시장’이란 용어가 더 적절한 것 같아 이를 사용한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법조인 양성 제도가 사법시험에서 로스쿨 제도로 바뀌었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에 따라 양적으로 변호사 수도 급증하였다. 변호사 시장의 규모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호사 시장의 변화는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이하,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 시장의 변화에 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먼저, 변호사 수에 대하여 알아보자.
한국의 경우, 2009년에 3년 과정의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라 한다) 제도가 도입되고 2012년에 치러진 첫 변호사시험에 총 1,665명이 응시하여 1,451명의 합격자를 배출, 응시자 대비 87%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같은 해 등록 변호사 수는 그 전년도보다 1,900여명이 늘어난 14,534명이 되었다.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2018년 1,599명, 2019년 1,691명, 2020년 1,768명으로 매년 늘어났고, 변호사시험 도입 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2021년에도 1,70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러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의 증가와 함께 2022년 6월 현재 32,136명이 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최근 10년 새에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한국 인구가 5,170만 명이니 인구 1만명당 변호사 수는 6.21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편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5년 앞선 2004년에 로스쿨(법과대학원, 한국의 법학전문대학원에 해당, 이하 ‘로스쿨’이라 한다) 제도가 도입되었다. 로스쿨 과정이 2가지 코스, 즉 법학부 출신을 대상하는 기수자(既修者) 코스(2년제)와 법학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미수자(未修者) 코스(3년제)로 나누어져 있는 점과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서도 신사법시험(이하 ‘변호사시험’으로 통칭한다)에 응시할 수 있는 ‘예비시험’ 제도가 있다는 점이 우리 로스쿨 제도와 다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법조인 양성 제도를 사법시험에서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시험을 통해서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은 동일하다. 로스쿨 제도 도입 후 2006년 첫 변호사시험에서 1,009명의 합격자를 배출, 응시자 대비 48.3%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후 2007년 1,851명, 2008년 2,065명, 2009년 2,043명, 2010년 2,074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1년 2,063명, 2012년 2,044명으로 2천명대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2013년에 1,929명으로 합격자가 1천명대로 준 이후, 최근에는 예비시험 합격자를 제외한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2020년 1,072명, 2021년 1,047명으로 감소하였다. 하지만 첫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2006년의 일본 등록 변호사 수는 22,021명이었으나, 2021년 43,206명으로 늘었다. 일본 또한 최근 15년 새에 거의 2배 가까이 변호사 수가 증가했다. 일본 인구가 약 1억 2,500만명이므로 인구 1만명당 변호사 수는 3.45명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양국의 변호사 수는 미국, 독일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적을지 모르나, 이들 나라와는 문화적, 사회적 환경이 다르니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에 관하여는 다음 기회에 다시 논의 하기로 하겠다.
다음으로, 변호사 시장의 규모를 살펴보자.
한국의 경우, 변호사 소득의 세무신고액을 기준으로 변호사 시장 규모를 추정해 보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2009년에 2조 9,402억원, 제1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2012년은 3조 6,096억원, 그리고 2013년은 3조 8,777억원으로 매년 약 2,000억원가량씩 성장하여 오다, 2014년 4조 2,182억원으로 처음으로 4조원대를 넘어섰다. 이후 2016년 5조 622억원으로 5조원대를 넘어섰고, 2018년 5조 9,334억원으로 계속 상승세를 보이다 2019년 6조 3,437억원으로 6조원대에 진입했으며 이런 확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의 변호사 시장의 규모(추정치)는 통계치를 알 수 있는 해 만을 기준으로 보면, 2006년은 7조 9,720억원(7,972억엔, 환율 100엔=1,000원, 이하 환산 동일)이었고, 2008년에 8조 4,86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2014년 8조 4,180억원, 2018년 8조 5,860억원으로 거의 정체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신사법시험제도와 로스쿨 등 다양한 제도 개혁의 영향으로 변호사 수는 급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하지 않고 정체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2009년에 약 3조원이던 변호사 시장 규모가 2019년에는 약 6조원으로 2배 성장하였다. 반면 일본은 2008년부터 2018년 사이 변호사 시장 규모는 8조원 대로 거의 성장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일본의 변호사 시장의 규모는 변호사 수의 급증에도 불과하고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국민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일본인들은 어떤 문제를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것 하나를 결정할 때도 소위 ‘네마와시’(根回し, ‘사전 교섭’ 또는 ‘사전 협의’의 의미)라고 하여 미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참작하여 결정하되, 결정을 하면 잘 깨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 혹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에도 서로 협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나까마’(仲間, 동료) 의식이 강하여 일단 자기들의 ‘나까마’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법적인 절차보다는 다른 방식, 즉 중재자의 중재나 협의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분쟁 건 수가 적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은 민사 소송 사건의 61.2%가 법원의 판결이 아닌 조정 또는 화해로 종결된다. 한국의 경우 그 비율은 16.1%에 불과하다. 이렇듯 일본의 경우 법적 분쟁으로 나아간다고 해도 조정 또는 화해로 소송 사건이 종결되다 보니 항소나 상고 사건이 자연적으로 줄어 들 수 밖에 없다. 형사 사건의 경우에도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사건의 비율이 90.7%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이에 비하여 피의자의 87.5%가 범행을 부인한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경우, 형사 사건도 항소나 상고 사건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통계 수치는 일본 국민들이 법원 및 검찰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여 주는 사회 분위기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인데,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소송 사건 수의 감소로 연결되지 않나 싶다.
일본은 법률 제정 및 개정 역시 쉽게 이루어 지지 않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고, 일본 변호사의 역할도 크게 변화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이런 요인이 변호사 시장 규모를 정체 시킨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일본의 장기적인 경제 침체 또한 변호사 시장 정체의 한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는 경제관련법률에 형사적 처벌을 많이 규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보도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 말 기준으로 경제관련법령 285개 중 형사처벌 항목이 포함된 조항은 2,657개(20년 전보다 42% 증가)나 된다고 한다. 그중 법령 위반자에 대하여 징역과 같은 인신 구속형 형사 벌칙 조항이 2,288개(89%)이고, 게다가 위반자뿐만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기업까지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 규정도 2,205개(83%)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통계 수치 중 주요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노동관련 법령에서의 형사처벌 조항이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서의 벌칙 조항을 보면,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목적보다 기업경영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분위기에 기업이 어떻게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경영자들은 자연히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가 없게 되고, 이로 인한 변호사 시장의 규모도 증가를 하게 된 것 같다.
반면, 일본은 어떠한가? 관련 통계 자료를 찾을 수는 없으나, 일본의 경우 경제관련법률 상 형사처벌 조항이 한국 보다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국의 노동관련법률을 비교하여 보면, 일본의 경우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법률이 없을 뿐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 한편 한국에서는 부당노동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진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주재원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법률 이슈 중 하나이다.
이와 같이 경제관련법률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이 적은 것이 일본 변호사 시장이 더 커지지 못하는 한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국가의 ‘변호사 시장’ 역시 그 나라의 사회 문화적 소산일 것이다. 외관은 비슷하게 보이는 일본과 한국의 변호사 시장도 실제로는 적지 않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그 차이는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왜 나타나는지 등에 관하여 나름의 견해를 피력해 보았다. 이렇듯 서로 ‘같음’과 ‘다름’을 하나씩 알아 가고 이해해 가는 것도 필자가 생각하는 양국의 ‘창조적 우호관계’ 구축에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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