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한국과 일본 법조계의 여성파워

 필자가 대학을 다닐 무렵에는 법학과에 진학하려는 여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시 필자가 다니던 대학의 법학과 한 학년 정원은 350여명이 넘었는데(당시는 ‘졸업정원제’가 실시되고 있어 입학 정원이 늘어난 때였다. ‘졸업정원제’란 학과별 또는 계열별로 졸업할 때의 정원을 규정하되 입학할 때는 졸업 정원의 약 30% 이상을 증원 모집하고 증원된 숫자에 해당되는 학생은 중도에 강제 탈락시키도록 규정한 대학 입시제도를 말한다), 여학생은 고작 5명이 입학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필자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때, 합격자 300명 중 여자는 10명에 불과하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여학생이 법학공부를 한다는 것, 게다가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합격한다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을만한 시대였다. 그래서 당시는 여자 합격자는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일례로 사법연수원의 실무수습으로 법원, 검찰 시보 임지를 본인이 원하면 서울에서 할 수 있도록 우선 배정해 주었고, 또한 판⋅검사로 임용될 경우에도 첫 임지는 통상 서울로 배정되었다. 그러던 한국의 현재의 법조계는 어떠한가?

 2021년 대한변호사협회의 신규 변호사 등록자 중 41.1%가 여성 변호사였다. 1990년대만 해도 여성 변호사는 수십 명에 불과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금은 법정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가 모두가 여성인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성 법조인 수가 대폭 증가한 사실을 실감한다.

 한편, 2022년 시행된 변호사시험 합격자 통계에 따르면 여성 비율은 44.45%, 남성 비율은 55.55%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올해 치러진 제11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총 3,197명 중, 1,712명이 합격하였는데, 이중 남성 합격자는 951명, 여성 합격자는 761명이 선발되었다. 그런데 남성 응시자가 1,766명, 여성 응시자가 1,431명이 시험에 지원하였으므로 성별 합격률로 보면 여성이 남성을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0년 한국여성변호사회 백서’를 보면 여성 변호사의 변천사를 더 상세히 알 수 있다. 백서에 따르면, 1987년도까지 여성변호사의 수는 8명에 불과하였고 1996년에 이르러 전체 변호사 4,639명 중 여성 변호사의 수는 52명으로 그 비율은 1%를 간신히 넘겼다. 2004년에 여성 변호사가 418명이 되어 전체 변호사 중 여성 변호사 비율이 5%를 넘기기 시작하였고, 2009년에 이르러 1,257명이 되면서 10%를 넘어섰다. 그리고 2020년 현재 여성변호사의 수는 전체 변호사 31,560명 중 8,784명으로 그 비율이 27.83%에 달한 것을 알 수가 있다.

 또한 법원, 검찰, 변호사 각 직역에서의 여성의 비율을 보더라도 대략 각 30% 전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2020년 기준으로 변호사 중 여성의 비율은 27.83%, 검사 중 여성의 비율은 31.0%, 판사 중 여성의 비율은 30.5%에 달한다. 이러한 통계는 누적수치이므로 최근 법원과 검사 임용에 여성이 6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법원과 검찰에서의 여성 비율은 앞으로는 더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법조인이 법원이나 검찰 등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여성 특유의 세심함과 성실함으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과 수험 생활을 유지하여 변호사시험 성적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반면 이러한 이유 못지 않게, 여성은 개업 변호사로 대성할 수 없다는 사회 분위기가 여성을 법원이나 검찰에 몰리게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즉, 개업 변호사란 일종의 자영업자로,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하여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 구조상 여성이 변호사로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남성에 비하여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평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본다면 여성 법조인이 개업 변호사보다 법원과 검찰을 유독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평가도 절대적인 것은 아닐 것이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여성의 경우 육아와 가사의 부담과도 관계가 있다. 이를테면 판사나 검사의 경우 공무원이므로 출산휴가 내지 육아휴가 등을 비교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가 있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여성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어떻든 향후 우리나라 법조계의 남성 대 여성의 비율은 반반의 비율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고, 역전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편 일본의 사정은 어떠한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한국보다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2000년부터 내각회의(閣議, 우리나라의 국무회의에 해당) 결정으로 남성도 여성도 모든 분야에서 공동으로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하는 ‘남녀공동참여 사회기본계획(男女共同参画社会基本計画)’을 추진하여 왔다. 사회 지도층의 여성의 비율을 2020년까지 3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노력은 어떠한 결과를 이루었는가?

 2021년 일본의 사법시험 합격자(이하, 통칭 변호사시험으로 한다)는 1,421명인데, 이 중 남성은 1,026명(72.20%), 여성은 395명(27.80%)이 합격했다. 일본 정부 노력의 산물일까? 법조계에서는 거의 30% 가까이 여성의 비율이 달성된 것은 인정된다. 다만, 한국의 법조와 비교한다면 여성 법조인이 되려는 절대적인 숫자가 적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일본의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여성의 숫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일본 로스쿨(법과대학원)의 특유한 제도에도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일본의 로스쿨은 한국의 3년제 단일 학제와 다르게, 기수제와 미수제로 나뉘어 있다. 기수제는 4년제 법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다니는 코스로 2년제이고, 미수제는 법학과를 졸업하지 않은 비법대생으로 구성되며 3년제이다. 일본은 로스쿨, 즉 법과대학원이 설치된 대학도 학부로서 법학과를 둘 수 있다(우리나라는 로스쿨이 설치되어 있는 대학은 학부로서의 법학과를 둘 수 없다). 그리고 일본 로스쿨의 기수제와 미수제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에도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데, 예상한 바와 같이 기수제의 합격률이 더 높다(2019년 기준 기수제 출신자 합격률 68.9%, 미수제 출신자 합격률 35.9%). 그런데 여학생의 경우 대부분 미수제가 많다고 한다. 이 점이 여성 합격률이 저조한 것의 또한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말하여 일본에서는 여학생이 법학과에 적극적으로 진학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한국의 로스쿨 제도도 일본과 같이, 로스쿨이 설치된 곳에 법학과를 존치할 수 있는 제도였다면 어땠을까? 자녀교육에 열심인 우리 한국의 부모들은 로스쿨 입학을 위하여 그들의 딸을 대학 입시부터 법학과에 진학시켜 로스쿨을 목표로 치열하게 푸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2019년 기준 일본 법조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판사 26.7%, 검사 25.0%, 변호사 18.8%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여성 법조인은 변호사보다 판사, 검사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특히 여성 변호사의 비율이 한국보다 많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애초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여성의 숫자가 적기도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못했던 일본에서, 육아 및 가사에 대한 전통적인 부담과의 조화를 꾀할 수 있는 공무원으로서의 매력이 여성들로 하여금 법원과 검찰을 선택하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개업 변호사란 자영업자인 만큼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이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었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는 한국과 유사한 경향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라는 면에 있어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많이 뒤쳐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특히 법조계에서의 여성 파워를 이야기하는 것은, 법조계에서의 여성이란 여성 노동력의 고용 창출과 같은 일반적인 측면과는 다른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법’이란 입법, 행정과 더불어 국가권력 작용을 이루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삼권분립의 원리에 터잡아 각각 별개의 독립된 기관이 분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극단적인 혐오가 서로 충돌하면서 젠더(Gender) 갈등의 골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하여 젠더 의식의 균형을 잡아주어야 하는 역할은 궁극적으로는 사법이 수행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사법의 역할 수행에 있어 여성 법조인의 역할이란 국민들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다. 한국 법조계의 여성 파워의 보강으로 인하여 법의 적용이라는 전통적이고 실체적인 측면의 사법의 역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성차별이나 젠더 갈등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접근방법 내지 절차적 측면에서 국민들을 공감하게 하고 안심시키는 역할은 충분히 보강 되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여성 파워의 보강은 한국을 강타했던 ‘미투운동(Me Too Movement)’에도 큰 힘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하여 여성 법조인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단, 이러한 사실에만 안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성 법조인이 양성평등의 법조계에서 가사와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 여성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특히 여성 변호사의 근무환경 개선 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일본 역시 분발해야 할 부분이다. 함께 노력해 나가길 기대한다.


<필자> 박인동 변호사
- 現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주일 한국기업연합회 법률고문
- (재)한일산업·기술산업협력재단 감사
- 前 일본 동경변호사회 회원 (2007-2014)
- 일본변호사연합회 국제교류위원회 간사 (2008-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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