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책과 멀어지며 출판계에 불황의 바람이 분지 오래다. 게다가 저출산 문제도 뿌리깊게 내려오면서 자연스레 그림책 판매도 함께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어린이 관련 서적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계간출판지표2023년봄호 자료에 따르면, 일본 출판업계 매출은 1996년 추정 판매금액 1조 931억 엔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6,497억 엔까지 감소하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출판지표2022년판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아동도서 매출은 2013년 770억 엔(그림책 294억 엔), 2019년 880억 엔(그림책 312억 엔), 2021년 967억 엔(그림책 353억 엔)으로 아동도서, 그림책 모두 견실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출생 수를 보면 2016년 처음으로 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2년에는 80만 명을 밑돌며 저출산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는 데다가 저출산 문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그림책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9일 일본 매체 도요게이자이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 보도했다.
우선, 어른을 의식한 그림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그림책을 읽는 사람은 어린이여도 사는 사람은 결국 어른이다. 최근에는 성인도 함께 그림책을 즐기는 경우가 늘어 어른들을 공략한 그림책들이 증가했기 때문에, 출판 업계 불황 속에서도 새로운 히트작들이 나오는 배경이 되었다.
또, 일본에서 열리는 성인용, 어린이용 그림책 관련 행사가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가을 개최된 ‘그림책 박람회’의 작가 사인회 및 낭독 연주회, 작가와의 토크 등은 모두 만석으로 대성황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행사들이 그림책 분야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림책은 다른 장르에 비해 전자책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점도 인기 유지 비결 중 하나다. 한 서점 관계자는 도요게이자이 인터뷰에서 “그림책은 페이지 넘기는 동작 자체가 의외로 중요하다. 일반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 읽은 부분까지 문장을 기억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만, 그림책은 (페이지를 넘기면) 문장도 끊어지고 그림도 바뀐다. 페이지를 넘김으로써 장면 전환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림책은 색깔, 모양, 종이의 질감 등 표현의 폭이 넓고 정해진 규칙이 없어 독자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아주 매력적인 장르로, 작가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그림책에 참여한 만큼 독자 층도 자연스레 넓어졌고, 이에 따라 각 출판사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등 선순환이 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2000년부터 시작된 북스타트 사업이 그림책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북스타트란, 만 0세 신생아 검진 시 지자체 측에서 그림책 체험과 그림책 세트를 증정하는 활동으로, 2023년 2월 말 기준 총 1,102개 지자체(일본 전역 66.3%)에서 진행하고 있다. 산모와 아이에게 그림책과의 접점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림책을 읽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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