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즉석밥 전성시대’… 일본인들의 ‘밥심’은 즉석밥에서? 쌀 소비량 61년째 감소


(사진) 쌀밥 (연합뉴스 제공)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일본에 ‘즉석밥 전성시대’가 열렸다. 쌀 소비량은 61년째 이상 감소하고 있는 반면 즉석밥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일본 식품수급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즉석밥의 연간 생산량은 2022년 24만 5,811톤으로 2010년 대비 2배 증가했다. 반면, 농림수산성 조사에서는 일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62년 118kg을 정점으로 2020년 절반 이하인 50.8kg까지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식문화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식문화에 즉석밥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4일 일본 경제 전문지 도요게이자이 온라인판에 일본 식품 제조 기업 ‘사토식품’의 관계자를 취재한 내용이 실렸다.

우선, 즉석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전자레인지의 보급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에 가정용 전자레인지가 등장한 것은 1965년이지만, 보급화 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며 이후 즉석밥이 탄생했다. 사토식품 관계자도 “전자레인지 보급률과 상관관계는 있다”고 밝혔다.

시대 변화의 흐름도 즉석밥과 큰 관련이 있는데, 사토식품 관계자는 1988년 당시 맞벌이 시대를 예측해 즉석밥 시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시대에 따라 점점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식사에 들이는 시간을 단축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바쁜 평일, 밥을 짓는데 오래 걸리면 그만큼 식사도 늦어지기 때문에 즉석밥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가공식품·시판 반찬에 대한 인식도 좋아져 즉석밥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든 점이 요인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풀이했다.

또, 묶음으로 자주 구매하는 사람이 증가한 점도 즉석밥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 즉석밥은 주로 묶음으로 판매되어 한번 구매할 때 한꺼번에 사게 되는 특징이 있고, ‘비상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예전에 비해 일상적으로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

쌀의 안정공급을 지원하는 일본 법인 ‘미곡안정공급확보지원기구’가 작년 수도권 거주 고객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개월에 한번 즉석밥을 사는 사람은 20%에 그쳤지만, 한달에 한번 이상 즉, 일상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사람은 총 42.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던 점도 즉석밥에 날개를 달아준 것 같다.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데 비해 맛도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아무리 시간이 적게 걸려도 맛이 없으면 구매하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다. 즉석밥은 ‘맛과 시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쌀이 주식인 일본에서 60년째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즉석밥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일본인들의 ‘밥심’을 지켜줄 음식은 즉석밥이 될지도 모르겠다.


(취재 기자 : 나인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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