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몇 년 전, 중국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북경의 어느 공원을 둘러보는데 5, 60대의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피켓이나 뭔가가 달린 우산을 들고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엇이 달려 있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들의 미혼 자녀들의 키, 학력, 수입, 부동산, 직업 등 소위 스펙을 기재한 자료나 사진 등이었다. 이 자료들을 보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이야기를 한다. 혼기가 찼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 자녀들을 위해 부모가 대신 맞선에 나선 것이란다. 소위 '백발상친각(白髮相親角)', 백발의 부모들이 자녀들을 대신해 맞선을 보는 것이라 했다. 그 당시, 요즘의 중국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분위기이구나, 중국의 부모들은 한국보다 훨씬 적극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중국 혼인율(조혼인율: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이하 ‘혼인율’이라고만 함)은 2013년 이후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13년 9.9에서 2014년 9.6, 2018년 7.2를 기록하더니 2021년에는 5.41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거의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혼인율이 반토막이 되려고 한다. 인구 증가를 억제하여 오던 중국도 이제는 혼인, 출산 문제에 대해 더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혼인을 기피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저출산ᆞ고령화 문제로 이어져 큰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결혼에 관한 속사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혼인건수는 19만 3천건으로 전년도에 비하여 9.8%가 감소(건수로는 2만 1천여 건이 감소)했다. 혼인건수가 가장 많았던 1996년에 43만 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15년 사이 55% 이상이 감소한 것이다. 혼인율로 말하면, 1996년의 9.6에서 2021년에는 3.8로 떨어졌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리고 2021년에 결혼한 남녀의 평균 연령(초혼)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전년대비 남자는 0.1세, 여자는 0.3세 더 늦어졌다. 비혼 못지 않게 결혼 평균연령이 늦어지는 만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럼,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은 왜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인식 및 욕구 심층조사 체계 운영” 보고서에 의하면 남성은 주거 불안정을 이유로 드는 비율이 35.0%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불안정한 일자리가 28.8%,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22.7%, 적절한 결혼 상대방의 부재가 7.1%, 바쁜 업무가 3.8%로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여성은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이유로 드는 비율이 31.0%로 1위였고, 이어 불안정한 일자리가 25.9%, 주거 불안정이 25.5%, 적절한 결혼 상대방의 부재가 9.6%, 바쁜 업무가 6.3%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결국 주거안정 또는 안정된 일자리 등 경제적인 요인이 결혼 기피의 주된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즉, 청년들의 주거 불안과 고용 불안이 비혼, 만혼과 저출산의 악순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의 부모들도 가만히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미혼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 결혼시키기 대작전’이라는 특강이을 열렸다고 한다. 강의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주관으로 결혼정보회사와 협업하여 혼인율 감소와 미혼남녀의 달라진 결혼관 등 사회현상을 짚어보는 주제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특강에 참여한 부모들은 자녀 입장에서 결혼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을 해보는 기회를 가졌다고 한다. 또, 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과 함께하는 매칭 프로젝트’라는 행사를 했다고 한다. 아파트 부녀회가 주최하고 동대표회가 후원한 이벤트라고 했다. 아파트 주민 중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서로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고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아 저출산 등 문제로 국가 미래를 염려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주최측은 이야기 하고 있다. 중국에서 본 '백발상친각(白髮相親角)', 이른바 ‘부모 맞선’ 그것과 같은 것 같다. 그런데 비혼 남녀가 많아지고 연애조차 안 하는 청년세대가 늘어나면서 ‘부모 맞선’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즉, 부모가 자녀의 입시를 결정하 듯 며느리감, 사위감을 직접 구하러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자녀 의사를 묻지도 않고 부모 마음대로 결혼 상대방를 찾아 나서는 것은 지나친 간섭 아니냐는 논란도 있으나, ‘자녀 과잉보호‘라는 한국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 풍속도가 아닌가 하여, 그리 이상하게 생각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행사나 부모들의 노력이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사회나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일본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본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1972년 혼인율은 10.4로 가장 높았고, 그 해 혼인 건수도 1,099,984건이었다. 그러나 이후,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 등으로 혼인율이 계속해서 떨어져, 2018년에는 혼인 건수가 586,481건, 혼인율도 4.7로 떨어졌다. 일본 역시 혼인건수가 가장 많았던 1972년에 비해 약 50년 후인 2021년에는 혼인 건수가 501,116건, 혼인율은 4.1로 떨어져 반토막이 되었다.
2021년에 결혼한 남녀의 평균 연령(초혼)는 남자 31.0세, 여자 29.5세로 한국보다는 조금 어린 것을 알 수 있다.
혼인 건수와 혼인율이 피크일 때부터 반토막이 되는데 걸린 시간이 일본은 약 50년이었는 데에 비해 한국은 1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변화 스피드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2020년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적당한 상대방을 아직 만나지 못해서가 50.5%로 가장 많았고, 독신의 자유나 홀가분함을 잃기 싫어서가 38.6%,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29.8%,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27.9%, 지금은 취미나 오락을 즐기고 싶어서가 27.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복수 응답, 상위 3위까지 집계). 이와 같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들을 보니,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듯하다.
한국은 주거, 고용 등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으나, 일본은 경제적인 요인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이는 결혼에 대한 양국 미혼 남녀의 가치관이나 결혼풍속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예컨대, 한국의 남성은 비혼의 이유로 주거 불안정을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들고 있는데, 이는 결혼을 하면 남성 쪽에서 신혼의 보금자리인 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결혼풍속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일본의 젊은이들도 결혼에 있어 경제적인 요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한 금융업체의 설문조사(SMBC 컨슈머 파이낸스, 30~40대 일본인 남녀 1000명을 대상, 2019년)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57%)이 “연봉이 약 5,000만원(500만엔) 이상이어야 결혼을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임금구조기본통계’에 의하면 2018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평균 약 205만원(20만6,700엔)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2,500만원이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러하니 일본 또한 결혼은 물론 연애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가 된 것 같다.
2022년도 일본 내각부의”남녀공동참획백서(男女共同参画白書)”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의 20대 남성 중 39.8%, 즉 약 40%가 '데이트 해본 상대가 0명', 모태솔로(모솔)라고 응답했고, 30대 남성 중에서도 34.1%가 모솔이라고 응답해 큰 차이가 없었다. 한편, 20대 여성 중 25.1%, 30대 여성 중 21.5%가 모솔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신조어 ‘초식남’, ‘건어물녀’로 대변되는 연애를 포기한 일본의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이렇게 통계 수치로 확인하니, 연애 기피 현상이 통념보다 더 심각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다 못한 일본의 부모도 소위 ‘부모 대리 맞선회’ 행사에 참가비를 내고 참석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매년 12월 도쿄대 신궁 살롱에서 열린다는 ‘좋은 인연 부모 모임’이라는 맞선회로, 부모들은 약12만원(1만 3,000엔) 정도의 참가비를 내고, 매년 120명 정도가 모여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들의 노력도 사실 상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결국 이 문제 또한 일본 사회와 국가의 구조적 문제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혼・만혼과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한일 양국의 공통 과제임과 동시에 전 세계적 관심사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이 문제에 대해 먼저 고민하기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우리나라가 엄청난 스피드로 일본을 추월하였다. 이제 한국은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상, 즉 ‘급격한 인구감소와 초고속 고령화 사회의 도래’라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사회 현상을 가장 먼저 경험하는 나라가 되었다. 쉽게 풀리지 않을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하여 나갈지, 세계가 우리 한국을 주목하는 상황에 와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본 칼럼에서는 주로 결혼과 관련한 내용에 한정하고 있으나, 관련 문제는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모든 부문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적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중국, 일본을 비롯한 인류가 곧 직면해야 할 미래이므로, 서로 지혜를 모아 함께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비혼・만혼과 저출산 문제들부터라도 같이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모색하면,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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