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자] 일본 MZ가 되어보자! MZ 취향 저격한 도쿄 핫플 소개

  약 1년 전, 친구와 함께 떠났던 첫 일본 여행이 떠오른다. 5박 6일 일정 동안 다녔던 곳 중 나와 친구 둘 다 최고로 꼽았던 여행지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우리와 같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시 말해 MZ들의 취향을 가득 담고 있는 도쿄의 곳곳을 들여다보자.

(사진) 시모키타자와의 상점가 입구 모습.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첫 번째 장소는 일본 패셔니스타들의 아지트, ‘시모키타자와(下北沢)’다. 몇 년 전, 구제 옷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모키타자와도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시모키타자와 안에는 각종 빈티지샵이 즐비해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동묘와 같은 분위기랄까. 희귀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옛날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빈티지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졌다. 나 역시 구제 옷을 사 모으는 것에 흥미가 있었기에 시모키타자와 방문이 매우 기대됐다. 너무 설렌 나머지 아침 일찍 갔더니 아직 문을 연 가게가 많이 없어서 기다려야 했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간식거리를 사 먹고 카페에 들러 커피까지 마시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구경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진) 시모키타자와 내 빈티지 옷 가게. 점원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뒤 촬영했다.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서 온 덕분에 편하게 둘러보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뿜어내고 있는 가게들을 구경하자니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한국의 동묘도 가 본 적 없었던 나에게 시모키타자와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구제 옷뿐만 아니라 가방, 신발 등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들도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들어갔던 옷 가게에서 구경하던 중, 머스터드색 후드집업 한 벌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 첫날인지라 예상 못 한 지출을 하게 될까 봐 입어도 보고 친구에게 여러 번 물어도 보면서 고민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이미 지갑을 열고 있었다. 이때 산 후드집업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잘 입고 다녔다. 옷을 입을 때마다 시모키타자와에서의 추억이 떠올라 더 애정이 가는 듯하다. 시모키타자와에는 예쁜 카페와 현지인 맛집, 굿즈샵도 많이 모여 있으니 도쿄를 여행한다면 이곳을 꼭 추천하고 싶다.

(사진) 기치조지역 앞의 풍경. 나무 뒤로 JR 열차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다음은 일본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동네, ‘기치조지(吉祥寺)’다. 저녁 식사를 위해 찾아갔던 규카쓰 식당이 마침 기치조지에 있어서 들르게 되었는데, 분위기에 홀렸던 탓인지 규카쓰의 맛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기치조지가 뿜어내던 느낌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만큼 동네를 둘러싸고 있는 묘한 분위기가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기치조지에 도착해 시장으로 들어서려는데 뒤에서 열차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다. 마침 기치조지역에서 JR 열차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빨리 달리는 열차 뒤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펼쳐지고 아래에는 동네 사람들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풍경이었다. 넋 놓고 바라보다가 급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비로소 내가 지금 일본에 와 있다고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진) 기치조지의 상점가. 카페와 상점들이 일렬로 들어서 있다.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기치조지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역을 지나 상점가로 들어서면 골목 양쪽에 수십 개의 잡화점이 위치하고 있다. 소품샵에서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 상점가를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직접 만든 자기를 파는 그릇 가게, 좋아하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문구점 등 상점 주인의 취향에 따라 꾸며진 가게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가방이 무거울 정도로 구매하게 된다. 상점가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주택가가 나온다. 일본식 주택과 작은 빌라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는 이 공간은 마치 어릴 때 살았던 동네에 온 것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노을이 지고 어둑해지던 때에 이곳을 들렀는데, 공터 너머 보이는 달이 참 예뻤던 기억이 난다. 낮에 왔다면 기치조지의 곳곳을 더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밤이 주는 아련한 느낌도 그 자체로 좋았다. 또 도쿄에 가게 된다면 다시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다.

(사진) 야나카긴자 안의 노점들. 작은 천막으로 공간을 구분해 놓았다.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평화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동네, 야네센이다. 야네센은 야나카긴자(谷中銀座), 네즈(根津), 센다기(千駄木) 지역을 아울러 부르는 말로, 이 세 곳을 함께 구경하는 코스가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먼저 야나카긴자를 둘러보았는데, 동네 안쪽에 노점들이 많이 있었고 플리마켓도 발견할 수 있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골동품부터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 등 판매 품목이 꽤 다양했다. 주로 동네 주민들이 가게를 여는 것 같았고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주 고객층인 듯했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천천히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더 구경했더라면 분명 무언가를 구매할 것임이 분명하기에 돈을 아낀 셈이라고 생각했다.


(사진) 센다기를 구경하다가 찍은 골목의 모습. 일본의 감성이 느껴진다.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야나카긴자에서 센다기, 네즈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순서대로 둘러보았다. 센다기에서는 골목 위주로 돌아다녔는데, 자전거, 자판기, 우체통 등 일본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 모습들을 이어졌다. 일본인에게는 평범한 동네 중 하나일 뿐인데,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예뻐 보이고,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이런 기분을 기대하고 모두들 일본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길거리에 사람도 많이 없어서 더 자유롭게 다니고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었다. 네즈로 가서는 마을 시장을 구경했는데, 오전부터 시장을 찾은 마을 주민들이 많았다. 장 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익숙한 장면인 듯하다가도 곳곳에 보이는 일본어 간판과 귀에 들리는 일본어로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다. 야네센에 오기 전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람들에게 이리 저리 치여 힘들었는데, 그와 반대로 조용한 현지 동네를 산책하니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여행을 잘 마무리한 듯한 느낌이랄까. 야네센을 마지막 날 여정지로 넣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도쿄를 여행하면서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시모키타자와, 기치조지, 야네센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취향을 저격해 버린 곳,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 역시 이곳들을 방문한다면 내가 느꼈던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기사 작성 : 청년기자단 권나영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제 1기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JK Dail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