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대신 손가락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들에게 책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림책이 있다. 천으로 느끼는 그림, 점자로 이해하는 스토리 등 시각장애인의 시각으로 본 ‘만지는 그림책’이 일본에서 화제다.
이러한 시각장애아동용 그림책을 제작하고 있는 오키나와 나하시의 자원봉사 단체가 120번째 그림책을 선물하기 위해 오키나와 맹인학교를 방문해, NHK가 현장을 취재했다.
자원봉사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니시조노 아사카 씨는 NHK 인터뷰에서 단체를 설립한 나카무라 후미 씨와 만남을 계기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나카무라 씨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삶의 보람이다’라고 늘 말하셨어요. 보이지 않는 분들은 손가락이 눈을 대신하니 만지면서 이미지를 키워 나간다고 하셨죠. 소재를 고르는 데 시간을 많이 쏟으셨습니다”라고 전했다.
전쟁으로 시력을 잃은 동생이 있었던 설립자 나카무라 씨는 오키나와 맹인학교의 교사로 지내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그림책 제작에 평생을 쏟았다고 한다.
자원봉사 단체에서 120번째로 제작한 그림책 ‘있잖아, 하늘에 있는 저거 뭐~야?’의 증정식이 오키나와 맹인학교에서 열렸다. ‘별 하늘’을 주제로, 여우와 사람 가족이 등장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의 존재를 아이에게 알려주는 내용이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입체적으로 만든 등장인물의 설명도 점자로 되어 있으며, 크기에 따라 별의 밝기가 다르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큰 별은 스티커로 작은 별은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본 섬세한 시선이 돋보였다.
니시조노 씨는 아크릴 물감 위에 점을 찍고 그 위에 오톨도톨하게 본드를 바르는 등 더 나은 표현방법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 그림책을 통해 별을 이미지화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고 밝혔다. “엄마나 선생님과 함께 만지고 읽으면서 아이 나름대로 이미지를 만들고, 다음에 이야기나 노래에 나오면 ‘그 때의 별이 이거였구나’하며 본인의 기억 속에 이미지가 생겼으면 합니다. 좋아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그게 뭔지 알겠어?”라는 물음에 맹인학교 학생은 “여우죠. 복실복실해요. 이 별똥별도 잘 만들어졌어요. 직접 만들어줬다는 사랑이 느껴져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니시조노 씨는 “감동했어요. 만든 보람이 있네요. 모든 사람 위에 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만든 책이에요. 별은 만질 수 없지만 느껴준 학생들이 있어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고 보람을 말했다.
(취재 기자 : 나인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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