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57년 만에 혈액제제 수출이 재개된다. 혈액제제란 사람의 혈액을 원료로 하여 생산하는 의약품으로, 이달부터 혈우병용 혈액제제를 수출해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개발도상국을 의료 지원할 방침이다.
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혈액제제기구가 이르면 2월에 ‘세계 혈우병 연맹’에 무상으로 제공해 혈액제제를 구하기 어려운 개도국 등에 전달할 전망이다. 일본 의약품 제조사 ‘KM 바이오로직스’도 내년도 중에 해외 판매를 시작할 전망이다.
혈우병은 피가 잘 굳지 않는 병으로 필요한 혈액제제의 양은 증상 등에 따라 다르다. 이번에 일본혈액제제기구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혈액제제는 백 수십 명의 긴급 수술에 대응할 수 있는 양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헌혈로 제조된 혈액제제의 수출이 허용됐으나 베트남전에서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66년 금지됐었다. 이후에도 자국 내 공급량 확보가 우선시되어 왔다.
혈액제제는 헌혈로 얻은 혈액으로부터 ‘수혈용 혈액제제’와 ‘감염병 등 치료 목적의 혈액제제’가 만들어진다. 치료 목적의 혈액제제는 제조사 3사가 일본적십자사로부터 혈장 성분을 구입해 제조하고 있는데, 이중 혈우병 환자 용 혈액제제는 최근 일본 내 자급률이 100%에 달해 남은 성분은 사용되지 않았다.
한편, 개도국에서는 혈액제제 제조사가 없는 나라가 많다. 세계혈우병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8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50만 명 이상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추산도 있어, 일본 내 환자단체 등 사이에서는 남은 혈액제제를 유효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정부는 2018년 관계법령을 개정해 잉여분으로 만든 혈액제제에 한해 수출 금지를 해제했다. 이후 후생노동성이 제조사 측과 협의해 혈우병 환자 용 혈액제제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일본혈액제제기구는 내년에도 무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혈우병에 정통한 국립병원기구 오사카의료센터의 니시다 의장은 “선진국은 개도국 환자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일본도 이제서야 그 흐름에 탈 수 있게 됐다. 일본산 혈액제제는 품질과 안전성이 높아 개도국들의 기대가 크다”라고 전했다.
(취재 기자 : 나인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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