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의 소도시는 아기자기하고 풍요롭다. 그 속에 갖춘 진귀한 문화는 오랜 시간을 담아서 더욱 고귀하다. 작은 마을을 둘러보고 왔음에도 여전히 사가는 여행자에게 계속 새로운 볼거리를 제시한다. 세계적인 열기구 축제의 고장이자 일본 문화가 담긴 한 장의 종이 그리고 가장 거대한 목조 재건축물까지. 입을 즐겁게 하는 맛있는 식사와 디저트도 빠질 수 없다. 떠나기 전까지 꾸역꾸역 둘러본 사가의 마지막 여행기.
하늘 나는 꿈을 꾸게 해 주는 곳, 사가 벌룬 뮤지엄
사가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공중 스포츠 행사인 ‘사가 인터내셔널 벌룬 페스타’가 열린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진행되는 행사에는 수많은 열기구가 모여 장관을 이룬다. 가을이면 그림처럼 이어지는 열기구 풍경을 보러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찾는다고. 그 때문에 사가를 대표하는 관광 기념품에는 늘 열기구가 빠지지 않는다.
4층 규모의 박물관은 크고 작은 열기구로 가득했다. 열기구의 다양한 디자인부터 모형, 포토존과 열기구 간접체험까지. 특히 간접체험은 그저 하늘 위로 떠오르기만 하면 될 것 같았던 열기구가, 실상은 고도의 조정 능력을 갖춰야 함을 알 수 있었다. 박물관이면서도 전시장이고, 또 체험장이다 보니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흥미롭게 즐기게 된다. 1층으로 내려가면 가지각색의 열기구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하나같이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선물용으로 딱이고, 여행을 기억하는 기념품으로도 제격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재건축물, 사가 성
일본을 여행하면서 유명하다는 성은 꽤 많이 방문해보았지만 사가성은 느낌이 조금 달랐다. 방어를 위해 고지대에 있던 건축물들에 비해 미세한 자갈이 깔린 평지에 넓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고층에 천수각이 있는 다른 성과 달리 저층으로 이루어졌다. 높은 곳에 짓지 못했으니 대신 거대한 성벽과 해자로 성을 보호했다고 한다.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는 오래된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 보였다.
원래는 굉장히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졌으나, 현대에 오면서 1/3만 남았다고. 그렇게 사라진 나머지 부분을 정교한 솜씨로 복원했다. 처음부터 하나의 성이었던 듯, 뒤늦게 만들어진 부분은 티가 나지 않는다. 사가성은 현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성과 관련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내부는 목조 건물 특유의 따듯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역사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그냥 가만히 성안을 돌아보게 된다. 소란스럽지도 않아서 조용히 관람하기에도 좋다.
엄격한 심사 끝에 부여받는 이름, 사가규
일본의 3대 와규 중 하나로 ‘사가규’가 있다. 사가현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최상위 등급 소고기에게만 이 이름이 붙여진다. 부드러운 육질, 향긋한 향, 선명하고 색이 고운 마블링까지. 불판에 얹어지기 전부터 사가규가 주는 이름에 기대감이 차오른다. 숯불에 달궈진 판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가장 좋다. 폰즈, 간장, 와사비 등의 소스가 있지만 제대로 맛을 보기 위해서는 잘 읽은 사가규를 그냥 입에 덜컥 넣어보는 것. 씹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육즙에 감칠맛이 훌륭하다. 한 점 한 점 먹을 때마다 사라지는 고기가 아까울 정도랄까. 한 입만 먹어도 이름이 왜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가 여행을 온다면 반드시 맛을 보기를!
현지인 Pick, 미츠제소바
가볍게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식당 미츠제소바는 대기가 15팀이나 있었다. 한창 점심 먹을 시간이기는 했지만, 차를 타고 가야 할 만큼 시내와 동떨어진 곳에 이토록 많은 인파라니. 심지어 주말도 아니고 평일이었으니 이곳의 인기가 절로 실감이 났다. 일본에 왔으니 소바는 먹어야겠다 싶어서 찾아왔는데 제대로 온 맛집인 듯 보였다. 알고 보니 미츠제무라 소바집의 원조 격이란다. 메밀 향이 은근하게 피어나는 소바면은 부드러웠고, 무와 잘게 썬 파, 와사비를 넣은 양념장에 푹 찍어 먹으니 더위가 한결 가시는 듯했다. 여행하면서 식사도 맛있게 꼭 챙기고 싶다면, 그런데 시간도 많다면 미츠제소바에서 소바 한 접시 비우고 가는 것은 어떨지.
여름날의 만화 같은 파르페, SUN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지쳐 있는 여행길, 동행자가 사가 시내에서 정말 유명한 디저트 카페가 있다며 데려갔다. 점심시간 전에 찾았는데도 이미 앞에 대기가 10명을 훌쩍 넘는다. 1층에서는 다양한 과일을 팔고있는데, 메론, 복숭아, 사과 등 보기만해도 싱그럽고 달아 보인다. 이곳을 대표하는 디저트들 대부분 과일을 이용해 만들었다. 과일이 담뿍 올라간 파르페가 인기 메뉴라고. 3가지 각각 다른 복숭아를 얹은 파르페와 망고 파르페를 주문했다. 달달한 과일은 과즙이 풍부해서 먹을 때마다 미소가 떠오르고, 아이스크림은 과일 맛을 헤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달다. 게다가 유리컵에는 아이스크림보다 과일의 비율이 더 높았으니 오랜 기다림이 전혀 억울하지 않다.
글 | 사진 : 엄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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