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가 조금씩 가시고 따듯함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시기, 봄. 따듯한 기온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또한, 겨울 동안 움츠려 있던 봉우리들이 점차 피어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규슈의 후쿠오카현은 매해 봄, 여러 꽃이 피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후쿠오카의 벚‘꽃’
일본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후쿠오카에 가게 되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벚꽃이 만개를 지나 조금씩 푸른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래도 후쿠오카의 봄을 즐기려 오호리공원으로 향했다. 지하철 공항선 오호리공원역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니 우연히 발견한 벚꽃.
벚꽃이 있어 발이 멈춘 이곳은 후쿠오카성의 조견로. 앞으로는 물이 흐르고 주위는 벚꽃으로 가득하다. 물에 비치는 벚꽃 위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 이런 풍경과 함께 걸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거닐며 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조견로의 다리를 건너 안쪽으로 들어가면 후쿠오카성 모란작락원이 있어 벚꽃과 함께 모란, 작약 등의 꽃을 즐길 수 있다.
후쿠오카성은 벚꽃축제(福岡城さくらまつり)를 매년 개최한다. 주로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진행된다. 이때는 특별 이벤트로 야간에 불을 켜 아름다운 밤 벚꽃을 구경할 수 있다. 이 라이트업 이벤트는 유료로 진행되지만,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보아도 아주 아름답다. 낮에는 여러 가판대(屋台)가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후쿠오카 벚꽃의 낮과 밤, 모든 매력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근처에 있는 마이즈루공원도 비슷한 시기에 벚꽃 축제를 개최하니, 함께 둘러보며 소풍을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야나가와의 등‘꽃’
후쿠오카 덴진에서 니시테츠 덴진 오무타선으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곳, 일본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후쿠오카현 야나가와시(柳川市). 이곳의 나카야마에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되어 있는 커다란 등나무가 있다.
이 등나무의 유래를 이야기하자면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술집을 운영하던 만(万) 씨가 등나무 열매를 집에 심은 것이 시작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만 씨가 오사카 지역에서 노다(野田) 등나무를 보고 그 훌륭함에 감탄해 열매를 가지고 집에 심었다고 한다. 열매를 심고 수십 년 후, 등나무가 아름다운 꽃을 피워 많은 구경꾼으로 붐볐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구마노(熊野) 신사의 경내로 이동하여 현지의 보존회가 정성껏 손질하고 있다.
매년 등나무꽃이 절정으로 피는 4월 중순에서 하순까지는 나카야마오후지축제(中山大藤まつり)가 개최된다. 이때에는 등나무꽃의 달콤한 향기가 일대를 감싼다. 신사의 돌다리에 걸린 등나무의 밑에 서면 등나무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등나무가 둘러싸인 이 돌다리에서 사진을 꼭 찍기를 추천한다. 나카야마의 만개한 등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마치 영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조명을 켜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낮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다.
올해의 등나무 축제도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흐드러지게 핀 등꽃과 함께 모란정원이 자리 잡고 있어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모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가판대와 야외 테이블도 준비되어 있기에 좀 더 느긋하게 등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벚꽃이 다 떨어지고 나서 피는 등나무꽃, 벚꽃과는 또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후쿠오카의 불‘꽃’ 축제
자연이 피우는 꽃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긴 후, 봄의 끝은 인간이 피우는 꽃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후쿠오카시 히가시구 가시이(香椎)에서는 후쿠오카 히가시구 불꽃 축제(福岡市東区花火大会)를 매년 개최한다. 대부분의 불꽃 축제는 여름에 진행되는데, 이곳 후쿠오카 가시이는 봄에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후쿠오카 하면 다들 덴진, 하카타, 나카스를 떠올린다. ‘가시이, 그런 곳이 있었어?’라는 반응이 압도적일 것이다. 지하철 주요 노선인 공항선이나 나나쿠마선이 다니는 역도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지만 도심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 하카타역에서 가고시마 본선을 타고 10분 정도 가면 가시이에 도착한다. 이때 가고시마 본선은 JR선으로, 공항선 등 지하철 노선과는 타는 곳이 다르니 잘 보고 타야 한다. 그렇게 가시이에 도착하면 조금 걸어서 불꽃 축제의 장소인 미시마그린베이워크로 가면 된다.
곳곳에는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 야키소바, 링고아메 등을 파는 가판대. 여기저기서 들리는 일본어. 미디어에서 보던 일본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는 약 7,000발의 불꽃까지. 현지의 축제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여름의 더위를 느끼며 보는 불꽃 축제도 좋지만, 봄의 선선함과 푸릇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불꽃 축제도 그 나름의 특별함이 있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불꽃 축제가 개최되는 장소인 미시마그린베이워크는 원래도 야경이 예쁜 곳인데, 그 위에 불꽃까지 피어난다면 더없이 완벽하다.
코로나 이후 작년부터 재개한 이 불꽃 축제는 올해는 2024년 4월 27일 토요일로 날짜는 정해졌다. 오후 7시 30분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되나 오후 3시부터 입장 가능하다. 바다를 걸으면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것을 추천한다. 축제 당일에는 덴진에서 축제 장소까지 오는 임시 버스를 이용하면 이동이 편하고, 축제가 시작되는 시간과 끝난 후는 역에 사람이 매우 많으니 이용에 주의해야 한다. 불꽃이 쏘아 올라 빛나는 순간은 찰나이지만, 잊을 수 없는 봄의 기억이 될 것은 분명하다.
(기사 작성 : 청년기자단 김가연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제 1기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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