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섬, 이시가키 ①

일본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 이시가키. 필리핀과 대만에서 출발하는 크루즈가 종종 이곳을 기항하다 간다. 오키나와의 본섬인 나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가 일본보다는 오히려 대만과 거리가 더 가깝다.


화려한 빛깔의 바다가 워낙 아름다워서 외국인 외에도 일본 사람들도 많이 찾는 휴양지라고. 1987년까지는 류큐 제국으로 불리기도 했고, 본토와도 멀다 보니 우리가 아는 일본 풍경과는 조금 다르다. 실제로 섬을 둘러보다 보면 일본인 듯, 일본이 아닌 먼 휴양지 같다. 건조한 공기와 내리쬐는 햇볕, 바다 색깔은 말할 것도 없이 낯설고 야자나무도 자주 보인다.


이시가키로 오기 위해서는 나하 공항이나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 출발하면 약 4~5시간 정도 소요되니,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우간자키 곶으로 가는 길, 울타리 너머 보이는 바다색이 선명하다.


그림 같은 바다와 하얀 등대, 우간자키 곶


차를 타고 한참 달려서 도착한 곳은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는 우간자키 곳이었다. 이시가키의 최서단에 비죽 튀어나온 이곳에는 새하얀 등대가 하나 서 있다. 운이 좋게도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는 날 찾았던 터라 주변이 온통 선명한 파랑과 초록 일색이었다. 등대 위로는 오를 수 없다. 그래도 서 있던 위치 자체가 꽤 높은 지대였기 때문에 시원한 풍경을 눈에 담기에는 딱 좋았다.


곶 아래에서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치던 바다는 손을 담그면 파랗게 물 들 것처럼 색이 짙었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은 구름이 걸쳐져 있었다. 난간에 가만히 기대어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위대한 자연의 힘이다.

절벽 위에 홀로 서 있는 하얀등대의 모습

등대에서 내려와 반대편 언덕으로 올라갔다. 절벽 위에 단단히 서 있던 하얀 등대와 바다를 한눈에 담고 싶었다. 언덕에는 울타리를 따라 오르는 길이 따로 있었다. 숨이 살짝 거칠어질 즘 뒤를 돌아보니 홀로 고고한 빛은 머금고 유유자적 서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볼거리가 없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큼 깨끗한 모습이었다.


산호초로 가득한 가비라베이


이시가키섬에서 단연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모두가 하나같이 가비라베이를말한다. 바다가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찾는다면 아마 깜짝 놀라지 않을까. 야자잎과 하얀 모래사장,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가키는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명이 있다. 가비라베이를 본다면 왜 그렇게 불리는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수풀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는 가비라베이

잔뜩 우거진 수풀과 나무를 지나서 걸어가다 보면 언뜻 보이는 나뭇잎 틈에서 환한 바다가 보인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풍경에 자꾸만 걸음이 빨라진다. 이윽고 나타난 이질적인 가비라베이의 모습은 감탄을 뱉게 만든다. 사람이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깊은 정글 혹은 섬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사방에 뻗어나가고 있었다. 중간 중간 떠 있는 작은 보트들만 아니었다면 아마존이나 태평양에 위치한 무인도라 해도 믿을 만큼 사람의 손길이 닿은 자연같았다.

다양한색으로 일렁이는 가비라베이 바닷물

맑고 투명한 바다는 멀리서 보아도 바닥까지 훤히 비쳐 보인다. 냉큼 달려가 수영을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입수는 금지. 조류가 심해서 바다 수영이 적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잠깐 발을 담그는 정도는 괜찮아 신을 벗고 들어가는 이들도 몇 있었다. 누구라도 이 바닷물을 본다면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발목까지만 잠깐 발을 담가본다. 뜨듯미치근한 수온이 묘하게 느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가비라베이의 모습

가비라베이로가는 길목에는 전망대도 따로 놓여 있다. 여기서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의 독특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리고 햇빛에 따라서 색색으로 바뀌는 바다의 다채로운 푸른빛도.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바다를 들여다보는 시간, 글라스보트 체험

글라스보트에 탑승하는 사람들의 모습

가비라베이 백사장에는 글라스보트가 정박해있다. 수영이 금지된 곳이라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이 글라스보트다. 안으로 들어가면 가운데 바닥 면이 유리로 되어있다. 그 주변을 빙 둘러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된다. 사람이 다 승선하자 보트는 조용히 출발했다.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 채다. 얕은 모래사장을 지나 글라스보트는 수심이 깊은 곳까지 나아간다. 밖에서 보았을 때는 얕아 보였는데 의외로 꽤 깊었다. 옅은 하늘색에서 짙은 파란색으로 색이 바뀌었다.

유리로 된 보트의 바닥, 바닷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깨끗한 유리 바닥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바닷속 풍경이 고스란히 보였다. 풍성한 산호초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열대어들. 영화 <니모를 찾아서>로 유명한 ‘크라운 피쉬’도 헤엄치고 있다. 예쁜 물고기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이 긴 탄성을 내뱉는다. 누군가 바닷속에 불을 켜놓은 듯, 환하고 밝다.TV에서만 보았던 대왕조개와 행운의 상징이라는 거북이까지.


글라스보트 체험은 약 30분간 이어졌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육지로 돌아왔을 때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조류로 위험해서 수영을 금지해서 아깝다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었다. 하지만 방금 보았던 풍경을 지킬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글 | 사진 : 엄지희
저작권 : 벡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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