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기자] 오이타현(大分県) 히타. 일본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필름카메라가 쉴 틈 없는 소도시

  첫 휴학을 앞두고 걱정이 가득한 때가 있었다. 이런저런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어 홀로 여행을 계획했고,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규슈 지역으로 떠났다. 여행 기간 동안 다닌 곳 중 필름 카메라 셔터를 가장 많이 눌렀던 여행지가 바로 히타(日田)다. 관광객이 붐비지 않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 히타에서 느낀 일본 고유의 분위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히타는 하카타 도심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오이타현(大分県)에 위치해 있다. 산큐패스를 구매해 별도의 예약 없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작은 교토’라고도 불리는 히타는 일본의 예스러움을 담고 있어 최근 관광객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높고 큰 건물보다는 일본식 가정집과 상점들이 가득한 6만 명의 마을로 역 주변을 제외하면 현지인도, 관광객도 많이 없는 조용한 곳이다.

히타역 앞. <진격의 거인> 등장인물 리바이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히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의 고향이기도 하다. 때문에 히타역 앞에는 만화 속 등장인물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과 함께 사진 찍는 사람들도 꽤 발견할 수 있었다. 히타에 도착한 시간이 점심즈음이라 역 앞의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해결했다. 마치 휴게소의 푸드코트 같은 느낌. 닭튀김 정식을 주문했는데, 일본 하면 떠오르는 스시나 라멘 등의 유명한 음식이 아닌 밥과 국, 반찬이 정갈하게 나오는 집밥이라 새롭고 좋았다.


육교 위의 노란색 폐전철. 히타역 관광안내소를 지나면 보이는 풍경.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마메다마치로 가는 길에 보이는 노란 폐전철은 히타의 사진 명소다. 도쿄의 가마쿠라, 부산의 청사포처럼 달리는 열차가 유명한 장소가 많은데, 이와는 다르게 멈춰있는 열차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혼자만의 사색에 잠길 수 있달까. 잊지 않고 필름 카메라를 꺼내 기념사진을 찍었다. 앞에 걸어가던 노부부께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이곳이 더 기억에 남는다. ‘두 분 같이 사진 찍어드릴까요?’하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마메다마치 거리의 모습. 상점들과 가정집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마메다마치 거리에는 젓가락, 나막신 등 일본 전통 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들어서 있어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만약 기념품 구매를 원한다면 이곳을 구경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최근 히타가 소도시 여행지로 떠오르면서 자전거를 타고 마메다마치를 구경하는 투어가 생겼다.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걸어 다녔는데, 마침 이날 비가 조금씩 내려서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걸으면서 마을의 곳곳을 여유롭게 구경하는 것이 더 편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있고 싶은 만큼 오래 머무를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거리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히타양갱본포’ 상점 앞 모습.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상점들을 지나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히타양갱본포’라는 130여 년 전통의 양갱 가게가 있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사고 싶어 히타에 오면 꼭 들리려고 마음먹은 곳이다. 이 가게에서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시식으로 나와 있는 모든 양갱을 다 먹어봐도 좋으니 편하게 요청해 달라고 말해주었다. 직원의 친절함에 감동받아 비록 양갱이 맛없더라도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맛까지 좋아서 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일반적인 팥양갱뿐만 아니라 녹차, 유자 등 다양한 맛의 양갱이 있으니 히터에 들른다면 이곳에 가보길 추천하고 싶다.


마메다마치 거리를 빠져나와 본 풍경. 하나쓰키강이 흐르고 있다.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니 돌아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을 발견했다. 아무도 모르는 장소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앞에는 강이 흐르고 저편에는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한국의 시골과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일본과 한국이 문화적으로 많이 닮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곳에서도 역시 필름 카메라로 주변의 모습을 열심히 담았다. 나만 있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 덕분인지 그동안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던 걱정들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알래스카’ 카페의 내부 모습. 손님들을 위해 마련해 둔 책도 많다. (사진 출처: 청년기자 권나영)

  하카타로 돌아가기 전 카페에 들렀다. ‘알래스카’ 카페는 구글 맵에서 발견한 곳으로, 좋은 후기가 많아서 잔뜩 기대를 안고 방문했다. 음료를 주문하면 사장님께서 직접 종이접기 한 개구리를 선물해 주시는데, 뜻밖의 귀여운 선물에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인 것 같다. 벽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큰 창문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창문을 통해 보이는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에 내 마음마저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사실은 사장님께서 최근 한국에 가서 서울-부산 국토 대종주를 성공하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고 직접 방문까지 해주셨다니 괜히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휴학 기간을 알차게 보낼 에너지를 얻고자 떠난 여행. 이번 여행의 목적은 힐링이었는데, 원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기운을 받고 온 것 같아 기쁘다. 혼자라서 느끼는 두려움보다는 혼자이기에 느끼는 자유로움을 더 만끽한 여행이었다. 생각이 많을 때, 복잡한 도시가 아닌 조용한 소도시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기사 작성 : 청년기자단 권나영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제 1기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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