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연세대에서 열린 ‘제2회 한일청년미래회담’에서 양국 대학생들이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 태평양전쟁과 히로시마 원폭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잘 몰랐던 전쟁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평소 대화하기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날 ‘태평양전쟁과 히로시마’를 주제로 한국인 발표를 맡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학년 고유진 학생은 태평양 전쟁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은 유린된 인권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문을 열며, “일본 제국주의 인식 또한 욱일기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 변화를 요구하는 입장으로, 일본제국과 현대일본을 구분하기는 어려운 데서 기인하는 반일정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정부나 욱일기 등 일재 잔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인의 태도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식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 교과서에는 ‘태평양 전쟁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원자폭탄 투하로 전쟁이 끝났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일본이 원폭을 맞고 항복을 선언했다’는 식의 인과관계가 주로 알려져 있어 “원자폭탄은 그 참상과는 별개로 ‘광복’을 가져다주었다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일본이 ‘희생의 논리’로 ‘피해자’ 이미지가 만들어진 점에 대해서는 “제국주의적 침략을 비판하고 재편하지 않고 원폭 피해자들을 지금의 일본을 만들어준 사람들로 신격화해 왔다”는 데에서 허점이 있다고 꼬집으며, 현재의 번영을 희생자들의 희생에 귀속시킴으로써 부채 감정을 일으켰다고도 설명했다.
끝으로 현재까지도 원자폭탄 투하에 관해서 많은 논쟁이 있지만, 끔찍한 참상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며 엄연한 전쟁범죄라고 강조하고, “핵무기 사용은 인류의 보전과 평화를 위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고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모습만을 일본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편협한 시선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비극적인 역사가 왜곡된 방향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유진 학생의 발표가 끝나고 일본 대표로 단상 앞에 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마루키 코코로 학생은 태평양전쟁과 원폭에 대한 일본인들의 다양한 인식 및 피폭지에서의 평화 교육을 핵심으로 발표를 이어 나갔다.
“일본인들도 태평양전쟁에 대한 큰 인식의 차이는 없다. 비인도적인 일이 일어나는 전쟁은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운을 떼며, 대부분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이 전쟁을 평가하는 이야기에도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건설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극적인 사람들이 많지만, “히로시마와 같은 피폭지에서는 핵무기 폐기를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 협의회’나 평화 교육 등 핵무기 폐기에 관해 관심이 많다”고도 했다.
히로시마 출신인 코코로 학생은 “제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원폭이 투하된 8월 6일 관련 책이나 영화를 감상하거나 피폭자들의 강연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수업이 이루어졌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끝으로 발표를 준비하며 자신이 절대평화주의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역사의 인식을 공유하고 이러한 비극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함께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발표자들의 발표가 끝나고 각 그룹 별 토의가 이루어졌고, 일본에서 평화의 상징인 학을 다함께 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그룹에서는 현대 일본인의 전쟁 책임은 어디까지 있을지에 대해 ‘전쟁을 일으킨 것은 과거 일본 정부이니 현대 일본인이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한국 측 의견과 ‘그 정부를 선택한 것은 일본인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현대 일본에게도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는 일본 측 의견 등 맞바뀐 듯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한일 모두 대체로 자국의 역사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을 모은 반면, 자국이 입은 피해 등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과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그룹도 있었다. 또, 현재 한일 정치 체제와 문화 변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차별화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세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해보았다. 한일 문제에 관심이 많아 참가했다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정지원 학생은 “이야기를 나눠보니 양국 교육과정에서 태평양전쟁과 히로시마에 대해 깊게 다루지 않는 것 같았다. 앞으로 우리가 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과 각자의 경험들을 공유했고, 서로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제2회 한일청년미래회담’의 세션2 ‘태평양전쟁과 히로시마’ 주제를 통해, 앞으로 한일 관계를 이끌어간 양국 대학생들이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격의 없이 토론하며 상대방을 더욱 이해하게 된 귀중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취재 기자: 나인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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