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일본 원폭 생존자 단체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 히단쿄)’의 모리시타 히로시(93) 씨가 “모든 피폭자 및 피폭자 단체에서 열심히 증언해 온 게 보답 받은 것 같은 기분으로 기쁘다”고 NHK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자들을 위한 풀뿌리 운동을 펼쳐온 니혼 히단쿄를 202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리시타 씨는 14살 때 폭심지에서 1.5km 떨어진 곳에서 피폭되어 큰 화상을 입고 집에 있던 어머니를 잃었다. 13일 NHK의 취재에 응한 모리시타 씨는 그동안 일본 국내외에서 펼쳐 온 증언 활동에 대해 “매우 힘든 경험을 했는데, 장녀가 태어나 잠든 얼굴을 보면서 그날 가드 밑에서 검게 탄 채 죽어 있던 어린 아이가 오버랩됐다. 이런 일은 절대 일으켜서는 안 되겠다고 느껴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활동을 시작한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모리시타 씨는 미국-소련 냉전 시대인 1964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자들이 해외를 방문해 증언했을 당시 원폭 투하를 결단한 미국의 트루먼 전 대통령과도 면담한 바 있다.
핵무기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어려워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유일한 전쟁 피폭 국가인 일본 정부는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핵무기를 없애기 위해 세계를 선도해 나가야 하며, 먼저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해야 한다. 이번에 노벨평화상 수상이 결정된 것은 일본 정부에 대한 경고이자 앞장서 달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지만 늙은 몸에 채찍질해 한 걸음 더 힘을 내겠다.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을 계속했으면 좋겠고 피폭자의 경험을 직접 원해서 듣고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취재 기자 : 나인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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