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에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각종 매체들이 수상 소식을 조명하며 일본 전문가들도 놀라움과 축하의 뜻을 전했다.
11일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들은 한국 작가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앞다투어 조명했다. 한강 작가는 1970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시를 발표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서 활동을 펼쳐 나갔다.
대표작으로는 2007년에 발표된 소설로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성의 행동을 계기로 가족의 갈등과 정신이 무너져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소설 ‘채식주의자’가 있으며, 한강의 작품 다수가 일본어로 번역되면서 일본에서의 인기도 더해 갔다.
일본 공영 방송 NHK는 수상자가 발표되자 한강 작가를 속보로 소개하며 일본 전문가 평가 및 현지 분위기를 보도했다. 해외 문학에 정통한 도코 고지(都甲幸治) 와세다대 문학부 교수는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여성으로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다루고 있어 감동적인 작품도 많다. 한국 음악과 영화도 친숙한데 이를 계기로 한국 문학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국 문학 전문가 구마키 쓰토무(熊木勉) 덴리대학 국제학부 교수도 “한국 문학은 최근 일본에서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번역되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 온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이 하나의 결실을 맺어 기쁘다”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어 “아직 젊은 인상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놀랐다. 한국 사회의 어려운 역사와 사건을 다룬 소설은 있지만, 정치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방식과 상처받은 모습을 그리며 그 고통을 나누려는 자세가 높이 평가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한강 작가 작품의 매력에 대해 “한강 작가의 글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하며 시인 같은 요소가 있어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매우 세밀하게 표현한다. 인간에 대한 공감을 호소하며 사람의 마음의 상처를 세밀하게 그린다”고 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의 작품 번역을 다수 담당해 온 고노스 유키코(鴻巣友季) 씨도 “나이가 53세로 젊어서 놀랐다. 사용하는 인구가 많지 않은 한국어로 작품을 쓰고 더욱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마이너리티까지 있었던 작가의 수상은 세계 문학 장면에서 봐도 반가운 결과”라며, “시적 언어를 사용하면서 현대의 세태와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대표작 대부분이 일본에서 빠르게 번역되고 있어 일본 내에서도 앞으로 더욱 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 문예비평가 가와무라 미나토(川村湊) 씨는 “기존 르포르타주의 단면이 아닌 독특한 감수성으로 환상과 꿈, 희망을 뒤섞어 역사의 모순이나 인간의 덧없음을 산문으로 그려낸 것이 신선했다. 한국, 일본에서도 같은 세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있다”며 높이 샀다.
앞서 10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에 맞춰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서는 오후 8시경 한강 작가의 이름이 발표되자 환호와 함께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강 작가가 뽑힐 것으로 예상했다는 40대 일본인 남성은 “언젠가는 수상할 것 같았는데 아직 어린 나이에 받은 점이 놀랍다. 마음의 상처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나 아름다운 문체를 특히 좋아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쿄 신주쿠 한 서점에는 한강 작가의 특설 코너도 마련되었고, 재고가 대부분 팔려 구하기 힘든 서점도 있는 등 일본의 관심은 뜨겁다. 30대 일본인 남성은 NHK 인터뷰를 통해 “한 권 읽어보려고 한다”고 말하며, 한강 작가 팬이라는 50대 일본인 여성은 “한강 작가의 작품이나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지금 마침 읽고 있는 신작도 빨리 다 읽고 싶다”고 밝혔다.
서점 관계자는 “아시아 여성 작가가 국제적으로 평가되어 매우 기쁘다. 이를 계기로 한국 작가 페어 등을 기획하고 싶으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 기자 : 나인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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